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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비구혼구: 도적이 아니라 혼인할 짝이다

철산 최정준 발행일 2019-02-28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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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국가, 민족과 민족, 사람과 사람의 인간관계를 큰 틀에서 우호적이냐 적대적이냐로 구분할 수 있다. 주역에서 우호적인 관계를 대표하는 말이 혼구(婚구)인데 혼구란 혼인할 대상이나 혼인을 청하는 사람 혹은 혼인을 중매하는 사람이다. 혼인은 인륜의 시작인 부부관계를 맺는 약속이므로 이보다 우호적인 관계는 찾기 힘들다. 이에 비해 적대적인 관계를 대표하는 말이 도적인데 도적은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생명과 재산에 해를 입히는 사람이다. 국가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상호관계에서 오해나 의심으로 인하여 착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주역에서 '도적이 아니라 혼인할 짝이다'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한반도의 남과 북은 혼구인가 도적인가? 이것은 세대 간 치른 역사적 경험과 그에 관한 인식에 따라 다를 수는 있다. 또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부부도 영원히 사랑을 간직하고 사는 관계가 최선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 사랑할 때와 불화를 겪는 시절이 있듯이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원래 한 식구지만 아픈 역사가 갈라놓은 이별을 겪는 시절에는 상호 도적으로 인식될 수 있지만 시절이 바뀌어 운수가 도래하면 사람의 마음도 바뀐다. 나를 해치는 도적인가 싶어 활시위를 매겼다가 다시 눈을 뜨고 보니 나와 혼인할 상대라는 말이다. 그동안의 의심이 신뢰로 전환되는 상황을 표현한 말이 비구혼구(匪寇婚구)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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