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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감]국내외 악재 속 '기업대변 발벗은' 추연옥 초대 경기중소기업회장

이준석 이준석 기자 발행일 2019-09-25 제15면

'안돼, 못해' 부정적 마음 버리고 中企 합심땐 '희망의 날'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 인터뷰8
지난 4월 경기중소기업회장으로 취임한 추연옥 회장이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인력난등 도내 중소기업이 직면한 국내외 어려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적자 회사를 1년만에 '흑자로' 덜 자고 덜 먹고 고생해 기업 힘든 점 잘 알아
전국 4곳중 1곳 경기도에 둥지 '中企특화지역'불구 정부·지자체 관심 부족
노란우산공제 지원 강원도의 20% 불과등 '상대적 박탈감 문제' 해결 절실
이미 완성된 대기업 주어진 일만 하고 정년 불안… 청년들 중소기업 도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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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지금의 어려움을 해소해야 합니다. '안돼', '못해'같은 부정적인 마음을 버리고 경기도 내 중소기업이 합심한다면 희망의 날은 꼭 올 겁니다."

초대 경기중소기업회장으로 취임한 추연옥 회장은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수출규제 등 국내외적으로 산재해 있는 악재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내 중소기업들에 이같이 당부했다.


추 회장은 1981년 합성수지 제조사 영광산업을 인수한 이후 지난 10여 년간 지역상공회의소 운영위원, 중기협동조합 이사 등 지역 기반의 경영활동을 통해 2013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6년에는 인천경기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취임해 현재까지 경인지역 합성수지 관련 중소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007년 도입해 운영해 온 지역 회장제를 지난 3월 지역중소기업회장제로 개편했다. 

 

선출 과정이나 자격 등은 이전과 동일하지만 명칭을 변경함으로써 지역 중소기업계의 대표성을 강화하고 오피니언 리더로서 역할을 확대하기 위함이다.

도내 중소기업 대표 역할을 맡고 있는 추 회장도 과거에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1972년부터 건설사 등에서 일하던 추 회장은 1981년 사우디아라비아로 해외파견을 나갔다 국내로 귀국한 이후 매형이 운영하던 영광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추 회장은 경찰로 근무하다 자신의 사업체를 운영하고 싶다는 마음에 영광산업을 차린 매형이 사업에 소질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 설득 끝에 영광산업을 본인이 운영하기 시작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 인터뷰2

회사를 살릴 방안을 고민하던 추 회장은 해외 에서는 쇼핑팩 사용이 보편화 됐는데, 국내에는 쇼핑팩을 사용하는 곳이 없다는 아이디어를 토대로 쇼핑팩 제작 기계를 1대 들여왔다. 또 돈 안 되는 사업은 과감히 포기했다.

결국 만년 적자를 기록하던 영광산업은 추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맡은 지 1년여 만에 흑자를 기록하는 쾌거를 올렸다.

추 회장은 "수익이 나지 않는 상태에서 회사를 인수해 제대로 된 회사를 만드는 데까지 크나 큰 노력이 필요했다"며 "당시 매출을 올리기 위해 영업도 뛰고 해서 하루에 3~4시간밖에 자지 못하고,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하루에 2끼만 먹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힘겹게 중소기업을 운영해왔던 그였기에 지금 도내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다른 건실한 중소기업 대표 중에서 추 회장이 만장일치로 경기중소기업회장으로 선택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추 회장은 현재 중소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의 가장 큰 이유를 사회적 인식으로 꼽았다.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고 모두가 대기업, 공무원을 선호하고 있는 현상이 대표적인 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만년 인력난을 겪고 이는 회사의 성장을 더디게 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추 회장의 설명이다.

또 그는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인상도 중소기업의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제도가 중소기업의 부담을 더욱 키우고 결국에는 생산성 하락이라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대기업은 협력사에 책임을 전가해 비용을 보전할 수 있지만 '을'의 위치에 있는 중소기업은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그 부담을 떠안게 된다.

추 회장은 "물론 대기업에 다니면 높은 연봉과 좋은 복지를 누릴 수 있지만, 정년도 불안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며 "반면 중소기업은 개인의 능력만 제대로 발휘하면 장기간 근속할 수 있고 회사 내에서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어 자유도 높은 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모든 중소기업 대표들이 직원의 급여를 올려주고 근무환경을 개선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직원보다 적은 월급을 가져가고 누구보다 어렵게 사는 대표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추 회장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선 새로운 것을 추진하기보다는 현재 풀지 못한 숙제를 하루빨리 해결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 인터뷰12

현재 추 회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안은 단순히 도내 중소기업 대부분이 겪고 있는 지역 차별이다.

노란우산공제의 경우 올해 누적 가입자 155만5천366명(올해 7월 기준) 중 도내 가입자는 25.4% 수준인 39만5천66명에 달한다. 하지만 지급 예정 지원금액은 월 1만원으로 강원도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노란우산공제는 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매월 일정액을 적립해 폐업, 질병, 사망, 퇴임, 노령시 생활안정과 사업 재기를 도모할 수 있도록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퇴직금 마련 제도다.

이 때문에 노란우산공제에 가입한 도내 기업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또 중소기업 업종의 입장을 대변하는 협동조합의 지원금도 지역 차별을 겪고 있다.

도내에는 업종별로 중소기업 협동조합이 108개, 회원사가 7천900여개, 회원이 6만9천명이라고 한다. 협동조합은 소속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하나로 취합해 정부 또는 지자체에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또 도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공동마케팅, 상표개발 등에 사용하고 있는데 이 지원금액이 2017년 5억원에서 2018년 3억원으로 줄어들어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른 지역들이 지원금을 동결 또는 인상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추 회장은 "경기도는 전국 중소기업 4곳 중 1곳이 자리 잡고 있는 명실상부 중소기업 특화 지역이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은 부족한 실정"이라며 "현재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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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추 회장은 "우리 시대에는 뭔가를 꼭 스스로 이뤄내겠다는 각오와 신념 있었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그런 패기와 도전정신이 부족한 것 같다"며 "중소기업에 취직하는 것도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이미 완성된 업체에 취직해 특별할 것 없는 일을 하기보다는 내가 회사를 키워보겠다는 사명감으로 중소기업에서 일해보길 권한다"고 했다.

이어 도내 중소기업 대표들에게는 "분명 현재는 과거에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우리는 항상 위기를 잘 극복해 왔다"며 "이번 또한 잘 헤쳐나가 향후 뒤돌아 보면 그런 시절도 있었지 하는 추억으로 삼게 될 것이며, 중소기업들이 더욱 발전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일조하는 계기로 삼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글/이준석기자 ljs@kyeongin.com 사진/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추연옥 회장은?

▲ 1971년 재능고등학교 졸업

▲ 1981년 영광산업 대표

▲ 1997년 인천경기프라스틱협동조합 이사

▲ 2001년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 대의원

▲ 2005년 주안부평국가산업공단협의회 운영위원

▲ 2006년 인천상공회의소 남구경영자문협의회 운영위원

▲ 2008년 재능고등학교 총동문회장

▲ 2010년 남구 학산문화원 이사

▲ 2019년 경기중소기업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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