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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의 재밌는 클래식·(32)신약(新約)]'위대한 유산'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김영준 김영준 기자 발행일 2019-11-01 제1면

초·중·후기 구분 32개로 구성
낭만주의 거쳐 절대적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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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위대한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였던 한스 폰 뷜로는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을 구약성서에, 베토벤의 32개 피아노 소나타를 신약성서에 비유하며 두 작품에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지난 주에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을 다뤘다. 이번에는 피아노 음악사에서 가장 거대하면서도 위대한 유산인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에 관해 이야기다. 

 

18세기 중반 바로크의 황혼이 찾아 들고, 독일에서는 새롭게 탄생한 건반악기인 피아노를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의 '소나타 형식'이 발전했다. 

 

'소나타 형식'의 체계를 확립한 하이든과 모차르트는 걸출한 피아노 소나타들을 남겼다. 이어서 등장한 베토벤은 두 작곡가의 유산을 자양분으로 삼아 더욱 심화시켰다.

베토벤의 32개 피아노 소나타는 시기에 따라 초·중·후기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초기 소나타로 불리는 1~15번에선 선배 작곡가들의 영향이 나타난다. 고전적 테두리를 유지하지만, 서서히 확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어지는 중기 소나타(16~27번)는 청력의 감퇴와 실연 등에 의해 절망했던 베토벤의 당시 심경을 대변하는 작품들과 절망을 이겨내고 승리를 거두는 인간(예술가)을 그려낸 작품들로 양분돼 나타난다. 

 

후기 소나타(28~32번)는 베토벤의 작품 번호 101~111로 이어지는 만년의 작품들이다. 특히 베토벤이 청력을 완전히 상실해 대화 노트에만 의존한 시기였던 1818년 완성된 '29번'(함머클라비어)은 연주 시간만 40분 넘게 걸리는 대작으로, 피아노의 한계를 넘어선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마지막 '32번'은 모든 시도와 그 결과물들을 응축시켜 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이렇듯 베토벤의 32개 피아노 소나타는 작곡가의 치열한 삶의 궤적을 적절히 보여주고 있다. 

 

베토벤은 고전주의 소나타의 조화와 균형미에 당대 '질풍노도' 양식의 격렬한 감정 표현을 한 데 아우른 자신만의 소우주를 만들어 냈던 거였다.

당시 유럽 전역의 음악가들은 베토벤의 소나타를 배우기 위해 독일로 모여들었다. 

 

독일의 소나타를 교육받지 못한 음악가들은 19세기 음악 주류에 합류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처럼 베토벤의 32개 피아노 소나타는 19세기 낭만주의를 거쳐 현재까지도 음악가와 청중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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