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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공명지조(共命之鳥)

이영재 이영재 발행일 2019-12-18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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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이 올해 한국의 사회상을 압축하는 사자성어로 '공명지조'를 꼽았다. '공명지조'는 불교경전에 자주 등장하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다. 몸통이 하나인 것도 모르고 머리 하나가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 같이 생각하지만, 실상은 '공동운명체'다. 교수신문은 '공명지조'를 통해 갈등과 대립 속에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고 남의 얘기에는 귀를 막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진영논리를 지적하고 싶었을 것이다.

2001년부터 발표하기 시작했다는 교수신문의 사자성어를 훑어보면 탄식이 나온다. 시간이 흘러도 한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한심한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학력위조, 논문표절, 정치인과 기업인의 비도덕적 행위가 절정을 이뤘던 2007년 사자성어는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자기기인(自欺欺人) 이었다. 비뚤어진 욕망에서 비롯돼 스스로 언행에 정직하지 못한 세태를 꼬집은 것이지만, 지금도 우리 사회에는 이런 비도덕적 행위가 만연해 있다.

어디 이뿐인가. 물과 불처럼 어울리지 못하며 끝없는 정쟁과 이념갈등 등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양극화 현상을 풍자했던 2005년의 상화하택(上火下澤), 옳고 그름에 관계없이 같은 무리의 사람들은 함께 하고 다른 무리의 사람들을 무조건 배격한다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뜻하는 2004년의 당동벌이(黨同伐異)는 놀랍게도 지금과 판박이다.

우리 사회는 늘 이념대립, 계층갈등, 불평등 심화, 후진적 정치로 몸살을 앓았다. 특히 조국 사태로 갈등과 대립은 더욱더 깊어졌다. 좌초하는 배에서 자기만 살려고 하면 모두가 망한다. 이럴 때는 비록 진영은 달라도 공멸을 막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하지만 정반대다.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작금의 상황을 생각하면 올해가 '공명지조'였다는데 공감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물론 어느 시대건 대립과 반목이 있게 마련이다. 그걸 부인할 수는 없다. 다만 그것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면 우리 사회는 확실히 병든 사회다. 이를 알면서도 마치 파국을 향해 걸어가는 형국이다. 또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부디 내년 이맘때쯤에는 우리 사회가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진정으로 화목해 부드러운 기운이 넘쳐 흐르는 '화기애애(和氣靄靄)'와 같은 따뜻한 사자성어가 나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영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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