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명분과 취지를 무너뜨린 누더기 선거법 강행 처리에 나선 범여 정당연합체인 '4+1협의체'가 이번엔 새로운 독소조항을 추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수정안에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발의한 원안은 다른 수사기관, 즉 검찰과 경찰에게 '진행 중인 수사를 공수처에 이첩할 의무'를 강요해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비난받았다.
하지만 이번에 4+1이 새로 합의한 정의당 윤소하 의원의 수정안은 아예 '검찰과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대통령과 대통령비서실, 판·검사 등 고위공직자의 범죄 혐의를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공수처를 무소불위의 절대 수사권력으로 만든 것이다. 공수처를 통제할 권력은 처장, 수사검사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 뿐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어떻게 이 같은 절대 수사권력을 만들 생각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권력에 대한 견제와 권력의 분산을 위한 두 당의 민주화 역사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야당은 정권을 향한 윤석열 검찰의 권력비리 수사를 통제하고 조정하고 무산시키려는 의도를 의심한다. 민주당은 대통령과 자신들이 공수처의 독립을 훼손시킬 사람과 정당이 아니라고 자신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제도를 정권의 선의에 맡길 수는 없다. 만일 보수 정권이 윤소하 수정안에 따라 공수처를 운영한다면 민주당, 정의당, 민노총, 전교조, 민변 등 진보진영은 공수처 폐지 촛불시위에 나설 것이다.
대검찰청은 대통령이 인사권을 가진 공수처에 대한 사건 통보는 청와대·여당과 수사정보 공유와 공수처의 수사 검열로 이어져 중립적인 수사가 불가능하다며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매우 타당한 지적이다. 중립적 공수처법을 발의했던 4+1의 권은희 의원조차도 윤소하 수정안을 "고위공직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무력화시켰다"며 "정권의 위기를 제도로 방어하겠다는 법안"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26일 한 방송에서 "우리가 야당이면 어떻게 하겠는가 역지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4+1을 주도하는 민주당과 정의당은 정당의 역사성을 재인식해 윤소하 수정안을 재 수정해야 한다. 국회의 공수처장 임명동의권과 공수처내 기소심의위원회 설치 조항을 둔 4+1의 '권은희안'으로 돌아가야 한다. 권은희안엔 최소한이나마 공수처를 견제한 민주적 장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