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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와 관련 각하 결정이 내려진 뒤 응접실을 지키던 이옥선 할머니가 기자들과 얘기를 나눈뒤 방으로 들어가고 있다. 광주/이윤희기자flyhigh@kyeongin.com |
헌법재판소가 27일 박근혜 정부 당시 체결된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와 관련, 4년여를 끌어온 헌법소원 선고에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지난 2015년 12월28일 박근혜 정부가 한·일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합의를 한지 꼭 4년여만에 이뤄진 선고날, 경기 광주시 퇴촌면에 소재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은 아침부터 무거움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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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와 관련 각하 결정이 내려진 가운데 사진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집 앞 광장. 광주/이윤희기자flyhigh@kyeongin.com |
지난 2016년 3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9명과 피해자 유가족 12명이 "정부가 일본의 법적 책임을 묻고자 하는 할머니들을 배제한 채 합의해 이들의 재산권과 알권리, 외교적 보호를 받을 권리 등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낸 헌법소원의 최종 선고가 이뤄지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점심식사를 마친 두 이옥선 할머니는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되는 판결을 TV를 통해 지켜보고자 10여평 남짓한 응접실에 오후 1시40여분부터 나와 자리를 지켰다. 두 할머니는 곁에 각티슈와 손수건을 준비해두었다.
이날을 가장 기다렸을 강일출 할머니는 응접실 바로 옆방에 있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나오지 못한 채 방에서 지켜봤다.
오후 3시를 지나 TV에서 헌법재판소가 해당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심판 청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숨진 청구인들을 제외한 나머지 청구인들의 심판 청구를 각하한다"는 선고를 내리자, 할머니들은 긴 한숨과 함께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참나, 그럼 (청구 대상이 되지 않으면) 누가 하나. 위안부가 하냐"며 허탈해했다. "(한일간 합의가) 잘못됐다는 얘기가 나오길 기대했다. 답답하고 기가 막히다. 숨이 차다"며 이옥선(89·사진 왼쪽) 할머니가 큰 한숨을 몰아쉬었다. 며칠간 감기로 인해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는 이 할머니는 연신 기침을 몰아서 하며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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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와 관련 각하 결정이 내려진 뒤 응접실을 지키던 두 이옥선 할머니가 심정을 밝히고 있다.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 |
또다른 이옥선(92) 할머니도 "서운하다. 박근혜 정부가 우리와 상관없이 돈을 가져왔다. 입을 막으려 했으나 안됐다. 할머니를 이중으로 팔아먹었단 생각할수 밖에 없었다"며 이가 다 빠져 발음이 샜지만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우리가 누굴보고 말하나. 너무 허무하다. 협상을 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다 죽어도 문제 해명을 해달라. 후대가 있으니까 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리에 참석하진 않았지만 강일출 할머니도 할말이 많을 듯했다. 나눔의집 관계자는 "사실 조금전 일들도 잘 기억을 못하신다. 옛날 일들은 생생히 기억하시는데. 건강상 큰 문제는 없으시지만 지금 이자리에 계시면 화를 참지 못하고 힘드실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5명이며, 현재 21명이 생존해 있다. 이중 6명이 나눔의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