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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화도시 예찬

곽상욱 발행일 2020-01-23 제23면

시민과 시민·옛것과 현대·세대와 세대…
종횡 엮은 교육과 문화예술 '이음 플랫폼'
사람과 가치·공동체 이은 '오산만의 특징'
인간개발 소프트인프라가 곧 도시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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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욱 오산시장
오산시는 지난해 경사가 많았다.

10년 동안 각고의 노력을 다해 생태를 복원해온 오산천에 수달이 돌아왔다. 독산성에서는 조선시대 쌓은 성벽 아래로 1500년 전 원삼국시대 성벽이 모습을 드러냈고, 연말에는 정부로부터 오산 전체를 문화예술로 채색하기 위한 문화도시 예비도시로 선정됐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대한민국 대표 교육도시로서 창의융합 미래 교육, 글로벌 교육으로 힘차게 뻗어나간 한 해이기도 했다. 전국 최초 음악예술 전문도서관인 소리울도서관, 미래 창의융합교육의 거점인 오산메이커교육센터가 설립되고, 글로벌평생학습포럼과 미래교육국제포럼도 유네스코 등 세계 각국 교육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문화도시란 지역별로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문화 창조력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국책사업이다. 예비도시에 이어 문화도시로 최종 선정되면 5년 동안 최대 100억 원의 국비를 지원받아, 오산이 문화예술도시로 도약하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산시의 문화도시 프로젝트에 의아해 하는 분들이 혹시 있을지 모르겠다. 독자적 역사가 짧고, 문화유산도 다른 고도(古都)에 비할 바가 아닌 데다, 고래로 이름난 중심지도 아니란 점에서다.

하지만, 이는 오산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데서 오는 오산(誤算)이다.

오산의 역사는 유구하다. 지석묘(支石墓) 군이 곳곳에 분포하고 있고, 구석기 유물인 긁개와 밀개가 속속 발굴돼 오랜 생활 터전의 옥터였던 곳이다. 문헌 기록만으로도 오산역사는 2천여년 전 삼한 이전에 이른다.

1천500여년전 성벽이 발굴된 삼국시대 요충지 독산성은 권율장군의 충심과 정조대왕의 효심이 서려 있고, 화성 궐리사가 선비들의 면면한 유학정신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조선조 서민 애환이 서린 굿패 재인(才人)들의 부산동 본산이었던 재인청을 되살리자는 시민 캠페인도 일고 있다.

더욱이 오산은 새롭게 문화도시 전통을 세워갈 시민력이 어느 도시보다 강력하다. 지난 10년간 교육 불모지에서 최고의 교육도시 모델을 만들어낸 시민들의 저력은 이번 문화도시 준비과정에서도 엄청난 열정으로 타올랐고, 마침내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예비도시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오산이 꿈꾸는 문화도시는 '이음(connect)으로 생동하는 문화도시 오산'이다. 시민과 시민을 잇고, 옛 가치와 현대적 가치를 잇고, 동네와 골목, 공동체 하나하나를 잇고, 세대와 각계각층을 종횡으로 엮는 문화예술 이음 플랫폼을 구성할 것이다.

특히 교육과 문화예술은 분리 불가능한 이음의 핵심가치다. 문화예술이야말로 시민과 학교교육의 핵심이고, 잘 교육된 시민의식에 의해 문화예술은 더욱 높은 단계로 발전한다. 지난 10년간 교육을 통해 사람과 가치와 공동체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이미 이음의 문화는 오산만의 문화적 특징으로 튼튼히 뿌리내리고 있다.

온 마을을 학교로 만든 시민참여학교와 1인 1악기 체험활동, 1인 1체육활동, 도시 전체를 시민 캠퍼스화 한 오산백년시민대학, 배달강좌 '런앤런'의 엄청난 확산, 시민이 직접 조성 운영하는 300여개의 마을 배움공간 등이 단적인 사례들이다.

21세기 도시경쟁력은 더 이상 토목건축 하드웨어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개발을 위한 소프트 인프라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좌우한다. 오산을 재생하고 발전시킨 교육도시전략의 성공이 이를 실증한다.

오산은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의 힘'으로 문화도시의 내용을 채워갈 것이다.

시민 주권시대의 실천이다. 교육도시 건설과정에서 축적된 전국 최고수준의 시민 커뮤니티와 시민력으로 24만 시민 개개의 문화를 창조하고 있는 오산만의 문화 르네상스를 이룰 것이다. 이것이 미래도시 오산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교육과 문화예술 양 수레바퀴로 오산은 새로운 미래를 향한 출발선에 섰다.

/곽상욱 오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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