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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선동(煽動)은 선거운동 줄임말이 아니다

황성규 황성규 발행일 2020-03-18 제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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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차장
70대 중반의 어머니가 언제부턴가 유튜브 삼매경에 빠졌다. 30대인 나보다 구독 채널 수가 훨씬 많다. 댓글에 본명이 나타나는 게 부담스럽다 해서 영문 아이디로 바꿔드렸더니 이제 댓글을 마음껏 달 수 있게 됐다며 좋아하신다. 아침부터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틈날 때마다 유튜브를 시청하는 '신식(新式)' 어르신이다.

새로운 문물에 거리낌 없이 편승한 점은 다행스러우나 한편으론 우려스럽다. 정치적 색깔을 논하는 게 아니다. 오로지 한쪽의 이야기만 듣는다. 답은 정해져 있고 유튜브 시청 횟수가 늘어나면서 그 확신은 더욱 공고해진다. 완벽하게 선동을 당한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선동 작업이 한창이다.

특히 일선 지역 정가에서는 선거운동의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 선동을 적극 활용한다. '그랬대'라는 모호한 화법에서 불거진 가설은 몇몇의 입만 거치면 금세 확증으로 둔갑한다. 이성적 판단 기능을 무너뜨리는 데 이만한 방법이 없다. 그래서 더욱 교묘해지고 치밀해진다.



특정 후보를 흠집 낼 목적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전략적 선동 작업이 기획되기도 한다. 뚜렷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세를 규합하고 또 과시한다. 이 과정에서 선동을 위한 선동이 이뤄지고 여기에 동원된 자들은 희생을 불사해가며 아바타로 변신, 또 다른 선동에 나선다. 선거가 끝나면 자신들의 존재 이유가 물거품처럼 사라진다는 자명한 사실은 잠시 잊은 채 말이다.

정치는 나라와 백성을 다스린다는 뜻이 담겨 있는 숭고한 단어다. 하지만 '정치적'이라는 말은 부정적 의미로 사용된 지 오래다. 정치를 사익의 수단으로 삼아 본래의 가치를 변질시킨 검은 무리가 원흉이다. 선거철이 되니 숨어있던 이들이 또다시 판을 치며 선거판이 혼탁해지고 있다. 비겁하기 짝이 없다. 언제까지 선동과 조장을 통한 정치적 마취를 일삼을 것인가. 시간이 지나면 마취는 풀린다는 사실을 진정 모르는가. 선동이 선거운동이 돼선 안 된다. 비판을 가장한 비방으로 유권자들을 선동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차장 homer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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