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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모처럼 느낀 '국뽕'

김준석 김준석 발행일 2020-03-24 제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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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석 경제부 기자
국뽕. '국가'와 '히로뽕(필로폰의 일본말)'을 합친 말로 지식사전엔 '국가에 대한 자긍심에 과하게 도취 돼 있는'이라 되어 있다. 2012년 한국의 한 기자가 미국 국무부 기자회견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아느냐?"고 질문한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고 국뽕 논란을 빚으며 유명해졌다.

위 질문이 어떤 논란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뽕'이란 말은 부정이 아닌 긍정적 의미로도 쓰인다.

영국에서 7년 넘게 생활하다 귀국한 한 유학생은 요즘 해외에서 한국이 최고라 불리우게 만든 'BTS(방탄소년단)'·'손흥민'·'기생충'에도 별 자긍심을 못 느꼈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에 맞서는 한국을 보고나서 '국뽕' 맞은 느낌을 받았단다. 세계 어떤 다른 나라에 뒤처지지 않는 방역 수준은 물론 국민들의 시민의식 때문이다.

지난 9일 하루에만 64명 확진자가 나와 이미 코로나19 유행이 퍼졌을 법한 분위기에도 런던 시내에선 마스크 쓴 시민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한다. 당시 의료진·환자 외에 일반 시민은 마스크가 필요 없다고 한 영국 정부도 1주일 뒤에야 "불필요한 접촉과 여행을 피하고 펍(pub)과 영화관도 가지 말라"고 했다. 이탈리아는 전 국민 이동제한령마저 통제가 안 돼 군병력까지 투입했는데도 지난 21일만 627명이 코로나19로 숨져 누적 사망자가 중국을 뛰어넘을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반면 한국은 코로나19 대비에 예민했고 요즘엔 시민들이 수제 마스크를 만들어 서로 나누는 봉사활동까지 나섰다. 코로나19에 맞선 정부 대처 능력은 이탈리아가 모델로 삼으려 전담팀을 꾸린 데다 미국은 이미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모방했을 만큼 입증된 상태다.

한국, 아니 우리나라가 하나로 뭉쳐 코로나19 완전 종식을 조금이나마 앞당길 수 있다면 과한 애국심이더라도 유학생이 모처럼 느낀 '국뽕' 한 방쯤 따라 맞아도 괜찮지 않을까.

/김준석 경제부 기자 joons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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