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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성(性) 관련 가해 학생 대안교육기관의 조건

경인일보 발행일 2020-05-08 제19면

인천시교육청이 성(性) 관련 가해 학생을 위한 대안교육 기관을 운영하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성 관련 가해 학생을 위한 대안교육 위탁기관 2곳 이상을 지정해 별도의 교육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가해 학생은 이들 위탁교육기관에서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하면서 동시에 성인지 감수성, 학교폭력 예방, 공동체 회복 등의 교육을 받게 된다.

시교육청이 이러한 계획을 마련한 것은 현재 제도교육 내에서 행해지는 성 관련 가해 학생에 대한 후속조치가 적잖은 후유증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등 의무교육과정에 재학 중인 성관련 학교폭력 가해 학생은 퇴학처분이 불가능하다. 강제 전학이 최고 수위의 징계인 만큼, 그간 이들 가해 학생은 제대로 된 교정교육을 받을 기회 없이 다른 학교로 보내지기 일쑤다. 이렇다 보니 가해 학생을 전학생으로 받는 학교의 학부모들이 반발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최근 인천에서 여중생 집단 성폭행사건의 가해 학생들이 전학을 간 뒤, 해당 학교의 학부모는 물론 인근 초등학교의 학부모들까지 나서 거세게 반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가해 학생의 강제전학 처분 조치는 이른바 '폭탄 돌리기'에 비유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가해 학생을 위한 대안 교육과정 운영은 신선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현행법상 가해 학생이 원할 경우에 한해 가능하지만, 사회구성원 대다수가 청소년 성범죄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법적, 제도적 보완 또한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 철학과 효과적인 교육 콘텐츠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제대로 운영되는 대안학교에는 뚜렷한 교육철학이 있다. 대안교육기관이 단지 학부모들의 반발을 의식해 가해 학생을 일정기간 격리시키는 역할에 머무른다면 운영을 안 하느니만 못하다. 교육적 효과는 고사하고 가해 학생의 낙인 효과만 부추길 수 있다. 때문에 확고한 목적의식과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선도·교육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비하는 게 대안교육기관이 갖추어야 할 필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성인들의 성범죄와는 달리 청소년기의 성범죄는 제대로 된 교육기회만 주어지면 충분히 개선될 여지가 많다는 게 교육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인천에서 처음 시도되는 새 교육 모델이 이 조언을 100% 입증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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