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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 셔틀 '불법과 생계의 경계에서' ·(上)기자의 셔틀 탑승기]먹고 살기 위해 '불법에 몸을 싣는다'

김우성·김도란·김태헌 김우성·김도란·김태헌 기자 발행일 2020-06-09 제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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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상동역 앞 이른바 '터미널'로 불리는 셔틀정거장에서 대리기사들이 일반승합차 셔틀에 탑승하고 있다. /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

자정 넘기자 집결지에 30여명 몰려
운전자 호객행위… 주변엔 노점도
급정차·과속… 길위에 기사도 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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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막차가 끊길 무렵 운행을 시작하는 불법 버스가 있다. 운전기사도 이용자도 불법이라는 걸 알지만 "먹고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한다. 서울보다는 주로 경기도에서 횡행하는 대리운전 기사들의 '셔틀'이다. 취재진이 직접 대리운전 기사가 돼 셔틀을 타고 문제점을 짚어봤다. → 편집자 주

취재진은 탑승하기 위해 먼저 카카오 대리기사에 등록부터 했다. 탈 때 스마트폰 화면으로 신분을 확인한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자정, 대리기사 집결지인 고양시 라페스타 인근으로 향했다. 사거리 한 모퉁이에 대리기사들을 태우는 '택틀'(일명 '택시 셔틀') 여러 대가 서 있었다. 바로 앞에는 충전케이블 등 대리기사 용품과 어묵을 파는 노점들이 불을 밝혔다.



5일 0시30분이 되자 30여명의 대리기사가 몰려들었다. 한 택틀 운전자가 "강남 안 가요?"라고 외쳤다. 이미 차량 안에는 두 명이 탑승해 있었다.

일부 택틀은 "강남이나 합정"이라며 호객행위도 했다. 대부분 서울 차량인 택틀은 꼬리를 물었다. 오전 1시15분께 김포 고촌~인천 계양~부천 중동으로 이어지는 '셔틀'(일명 '승합차 셔틀')이 도착했다. 사전 정보와 달리 신분 확인 절차는 없었다.

셔틀 운전자는 한 사람씩 목적지를 묻더니 "두 개", "세 개"라며 천원 단위 요금을 불렀다. 중동까지 3천원을 받은 운전자는 쿠폰 하나를 줬다. 재탑승 때 1천원의 가치가 있다고 했다. 셔틀 안 TV모니터에선 영화가 상영 중이었다. 대리기사들은 영화를 보거나 쪽잠을 청했다.

셔틀은 총 11명을 태워 정확히 오전 1시23분에 출발했고, 잠시 뒤 길가에서 손을 흔드는 기사 한 명을 추가로 태웠다.

15인승 미니버스가 택시처럼 급정차하는 게 위태로웠다. 과속이 의심될 정도로 김포대교를 순식간에 건넜다. 김포IC를 빠져나가며 셔틀이 크게 흔들리자 대리기사 한 명이 창밖을 확인하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다시 눈을 감았다.

오전 1시34분 김포IC 초입 고촌 거점에서 3명이 더 탑승해 셔틀 안이 꽉 찼다. 이어 인천 계양에서만 네 번을 정차하며 5명이 탑승하고 오전 1시54분 부천 상동에 들어서자 셔틀 운전자는 차량 앞유리 노선표를 뒤집었다. 상동 거점에는 또 다른 셔틀이 정차해 있었다.

취재진이 탑승한 셔틀은 오전 2시를 막 넘겨 반환점에 도착했다. 차량 대기시간을 고려하면 한 번 순환에 2시간 정도가 걸리는 셈이다. 이렇게 코스마다 기사들을 태우고 하룻밤에 두 번만 돌면, 수지가 맞는다는 것이 셔틀기사의 전언이다.

/김우성·김도란·김태헌기자 wski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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