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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의 재밌는 클래식·(58)크로스오버]시대적 요구 대중성에 응답한 클래식

김영준 김영준 기자 발행일 2020-07-24 제1면

20세기말 입문자 위해 영역 확장
국내외 메들리 형식 음반도 선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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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들어서 세계 음악계는 '크로스오버(Cross-over)'라는 단어를 만들어낸다.

크로스오버는 독립된 장르가 서로 뒤섞이는 현상을 말한다. 처음엔 클래식과 팝, 국악과 양악의 결합 등 주로 음악용어로 쓰였다. 그러다가 뮤지컬·연극·무용 등을 혼합한 공연이나 TV·통신·컴퓨터 등 미디어의 통합추진 등 크로스오버는 그 영역을 확장했다.

20세기 말에 왜 크로스오버 음악들이 등장하고 확장했을까? 의문을 품어봄 직하다.



우선, 자신의 영역을 더욱 확대하려는 문화 생산자의 욕구와 새로운 것을 갈구하는 소비자의 심리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즉 '대중성'이라는 시대의 과제에 클래식이 응답한 것이다. 특유의 고답성과 전위성을 내려놓고서 말이다.

또한 20세기 후반으로 갈수록 팽창하는 음반 산업도 크로스오버 음악에 힘을 실어줬다. 영국의 음악 산업 주간지 '뮤직 위크'의 1990년 보도에선 다음과 같은 표현을 볼 수 있다.

"1980년대 중후반으로 넘어가면서 가정마다 CD와 CD플레이어의 보급이 늘었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클래식 음악의 대중성도 확장됐다."

당시 레코드와 카세트테이프보다 훨씬 비싼 CD의 소비자 중 일부는 한번 듣고 싫증 날 우려가 있는 대중음악보다는 클래식에 눈길을 돌렸고, 이들을 수용할 초보적인 클래식 혹은 클래식과 함께 경계선에 놓인 음반들이 다수 필요하게 됐다는 거였다.

이후 세계적 대가들은 물론 수많은 젊은 연주자들, 재즈계의 명인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대체로 대중음악의 클래식화를 꾀했다. 반면에 클래식의 대중음악화를 통해 인기를 끈 경우도 있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루이스 클라크와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훅드 온 클래식스(Hooked on Classics)'였다.

클라크는 클래식 명곡을 짧게 토막 내서 이를 디스코 리듬에 메들리 형식으로 이어 붙였다. 1981년 1집 발매를 시작으로 1988년에 4집까지 발매되었는데,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에선 서울음반(RCA)에서 '클래식 하이라이트 메들리'라는 제목으로 발매된 바 있으며, 각종 방송의 배경음악이나 삽입곡으로 많이 쓰였다.

40대 이상의 음악팬들에겐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 짓게 만드는 마력의 음반이다. 요즘은 장르를 뛰어넘는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이 대세다. 따라서 장르의 세부적 구분 또한 무의미하다. 20세기 후반의 크로스오버가 21세기 음악의 한 맥락으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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