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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생 김영수-베이비부머 이야기]'원피스 등원' 류호정 국회의원

경인일보 발행일 2020-09-22 제3면

국회속의 청년, 뭘 해도 부각… 익숙해질때까지 시간이 필요해

 

통큰기사 관련 인터뷰 류호정 국회의원32

원피스 복장·의원실 호칭 등 낡은 룰 따르기보다 새방식 시도 화제
거침없는 행보에도 '직장동료' 50대 의원들과의 소통 쉽지 않아
꼰대 문화 유행은 자유로운 표출 당연해진 세상 '획일적 통제' 거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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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지색 점프슈트에 흰색 운동화.'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난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옷차림에 자연스럽게 시선을 뺏겼다. 류 의원은 지난달 국회 본회의장에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등장해 큰 화제를 몰고 온 정치 신인이다. '국회'라는 공간, '의원'이라는 신분 등을 걷어낸다면 그는 영락없는 20대 청년의 모습이었다.

92년생 최연소 나이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류 의원의 언행 하나하나는 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1대 국회의원의 평균 나이는 54.9세. 나이로만 치면 류 의원은 국회의 '평균값'에서 가장 먼 존재이기도 하다.

"제가 튀어 보이는 건 정말 유별나서가 아니라 국회의원 300명 중에 소수인 청년이라서 무얼 해도 두드러져 보여서가 아닐까요. 원피스도 사실 평범한 업무 복장이고, 늘 하던 대로했을 뿐인데 논란이 된 거잖아요. 서로가 익숙해질 때까지 인내하고 이해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본회의 참석하는 류호정 의원
지난달에 이어 지난 15일에도 빨간 원피스를 입고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류호정 의원. 2020.9.21 /연합뉴스

그의 말마따나 류 의원은 국회라는 공간, 의원이라는 신분의 이미지를 투영하기 가장 어려운 사람이다. 그의 옷차림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일부 여론에서 과거 유시민 작가의 이른바 국회 '백바지' 등원 논란이 다시 회자되기도 했다.

류 의원이 누군가 정한 것도 아닌 국회의 낡은 '룰'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있다는 점은 여느 청년 의원들과도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그는 국회 홈페이지에 게시되는 의원 소개란의 취미·특기 항목에 '게임'을 적었다. 과거 게임 업계 종사자였고, 평소 게임을 즐겨 하는 그에게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류 의원이 권위 의식을 중요하게 여기거나 게임에 대한 사회적 편견 등을 고려했다면 아마도 다른 선택을 했을 수 있다.

"게임에 대한 편견과 제가 겪은 (대리 게임) 논란 등을 생각해 다른 걸 쓰자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거짓말하긴 싫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우리 세대는 게임이 굉장히 익숙한 문화이고 놀이잖아요. 손으로 축구(게임)를 하는 게 익숙할 정도로요."

류 의원실에서 일하는 보좌관 등의 평균 나이는 만 34세로 젊은 편이다. 의원실에서 서로를 부르는 호칭도 파격에 가깝다. 카카오 등 수평적인 사내문화를 자랑하는 기업들처럼 서로의 별칭을 부른다.

류 의원은 '호정님'이라고 불린다. "의원실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분이 40대 중반 정도고, 저와 동갑인 분도 있어요. 나이 차이가 있으니 서로의 이름만 부르면 좀 어색할 것 같아서 닉네임을 부르기로 했어요. '쏜님', '캐리'처럼요. "

거침없어 보이는 류 의원도 청년의 입장에서 기성세대와의 소통이 쉽진 않다. 매일 국회에서 만나는 50대 중반의 의원들은 그의 직장 동료인 셈이다.

통큰기사 관련 인터뷰 류호정 국회의원17

류 의원은 기성세대를 풍자하는 말인 '라떼는 말이야'라는 식의 비공감 대화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소위 '꼰대 문화'가 유행하는 현상을 기성세대의 '획일적인 통제'에 대한 청년들의 반감이라고 분석했다.

"어떤 사람이 지금의 시대를 '독재는 알아도 위력은 모르는 사람과, 위력은 알아도 독재는 모르는 사람이 함께 살아야 하는 세상'이라고 정의한 것처럼 기성세대는 거대 권력과 독재를 타파하기 위해 사회구조를 바꿔냈잖아요.

지금 청년들은 그 이후 일상 속 위력에 저항하면서 살고 있어요.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권리를 주장하는 게 당연한 세상에서 내 말이 무조건 맞으니 따르라고 하는 식의 태도에 거부감을 느끼죠."

류 의원은 청년, 젠더, 생태, 노동 등 기존 정치권에서 우선순위에 오르지 못했던 의제들을 적극 발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가 현재 준비하고 있는 포괄임금제폐지법과 채용비리처벌특례법·임금체불방지법·부당권고사직방지법 등 '청년 노동권 보호 3법'이 그 시작이다.

임기가 종료되는 4년 뒤, 시민이 필요할 때 곁에 있던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류 의원의 마지막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청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인터뷰 대상이 되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해요. 기자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중년 남성 정치인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식으로 묻지 않잖아요. 청년이 국회의원이 되는 게 지금은 당연한 일이 아니지만, 앞으로는 당연한 일이 됐으면 좋겠어요."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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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
글 : 임승재차장, 김준석, 배재흥기자
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
편집 : 김영준,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
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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