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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임 作 '땅이 된 바다'. /작가 제공 |
부산·제주·일본 오가며 활발한 활동
인천서 '굴 땅' 등 작품 발표하며 주목
"근현대사 녹아든 장소, 영감 매우 커"김순임은 일정 공간에서 리서치 과정을 통해 주변 사람들의 정서, 삶, 공간이 형성되어 온 배경 등을 주로 자연물을 이용해 예술 형태로 발전시킨다.
작품 '굴 땅'은 인천 해안가 사람들의 고된 삶의 역사가 그 지역 생계수단인 굴과 그 껍질로 덮여 개간된 땅 위에 살고 있음에 주목한 작업이다.
작가가 직접 그곳에서 수집한 굴 껍질과 같은 오브제를 사용해 만든 설치작품은 그들의 삶과 노동, 소멸이 잉태한 새로운 생성을 상징한다. 또한 바다를 땅으로 일구고 척박한 삶과 역사를 버텨내며 살아온 이 지역 사람들의 생명력에 대한 경이로움을 표현하고 있다.
-오혜미 인천아트플랫폼 큐레이터의 '땅이 된 바다, 김순임'(2016년 9월) 중에서
자연에서 얻은 재료들로 지역과 자연, 주민들의 삶과 이야기를 다루는 김순임(사진) 작가는 올해 바다에 버려진 폐기물을 소재로 'Sea Rainbow'와 'Sea-Scape'를 선보였다.
이 작품들은 작가가 국내외 곳곳을 방문하면서 마주한 버려진 플라스틱에서 비롯됐다. 해변에 버려진 폐기물들이 자연물처럼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올해 초 부산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홍티아트센터에서 레지던시 작가로 활동을 시작한 김 작가는 곧바로 교환 작가에 선정돼 3월까지 일본 후쿠오카의 규슈예문관에서 창작 활동을 했다. 이때의 결실이 'Sea Rainbow'이다. 부산에서 이어진 창작 활동을 통해 지난 6월 'Sea-Scape'를 선보였다. 약 2년 동안의 작업을 마무리한 거였다.
지난 9월엔 제주도 거문오름 곶자왈에서 1천7개의 화산송이와 와이어로 가변 설치한 '흐르는 돌-제주 곶자왈'까지 발표하며 왕성한 창작력을 이어가고 있는 김순임 작가를 인천 계양구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올해엔 부산의 홍티아트센터와, 집과 작업실이 있는 인천을 오가며 활동했다.
김 작가는 "전시 활동과 함께 2014~2020년 활동을 책으로 엮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이달로 부산에서 레지던시 기간이 만료되기 때문에 짐을 정리하고 있고, 짐의 분량이 있다 보니 인천의 작업실을 늘려야 할 것 같다"고 근황을 소개했다.
2015년 말 인천 동구 만석동에 문을 연 우리미술관의 개관전 '집과 집 사이-철, 물, 흙'에 참여한 김 작가는 전시회를 앞두고 만석동과 화수동 지역을 리서치했다.
작가는 "당시 내다 팔고 남은 굴 껍질과 연탄재뿐인 만석동을 거닐면서, 버려지는 굴 껍질 조차 오랫동안 이 지역에 쌓여서 땅으로 개간되는 데 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인천 해안가 사람들의 고된 삶의 역사가 만들어낸 땅의 이야기, 지역의 생계수단인 굴, 그 껍질로 덮여 개간된 땅 위에 사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을 내어 준 바다의 이야기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2016년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작가로 활동하면서 선보인 작품 '굴 땅', '땅이 된 바다'는 이렇게 시작됐다.
본인을 '직조자(Weaver)'라고 칭한 김 작가는 장소 특정적, 대지 미술에 가까운 작업들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공간과 자연을 스스로 고르려고 하지는 않는단다.
"작가가 어떤 작업을 구현하고 그 작업을 하기 위한 공간을 찾는 일보다 마음에 들어오는 공간을 만나고 그 공간과 함께 작업을 해나가는 것이 이상이라고 생각해요. 만석동에서의 작업도 그 곳에서 사람들에게 삶과 자연, 환경 등을 배웠고, 그래서 그 공간이 마음으로 들어와서 작품으로 발현된 것이었죠."
김 작가는 2016~2017년 인천아트플랫폼의 레지던시 작가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동시대 예술가들과 교류'를 꼽았다.
"근현대사가 녹아든 장소이며 당대 건축물들로 이뤄진 인천아트플랫폼과 일대가 작가에게 주는 영감은 매우 크다고 생각해요. 그와 함께 같은 필드에서 함께 활동하는 동시대 예술가들과 교류를 하면서 '동료가 재산'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외국의 경우 입주 기간이 짧고, 기간이 끝난 후 서로 활동 영역이 다르다 보니 다시 만나기 어려운데, 아트플랫폼의 큐레이터, 당시 함께 작업했던 작가 등 여전히 교류를 이어가는 분들이 많아요."
끝으로 김 작가는 "관람객들과 함께 보았거나 느꼈던 것들로 작업하고 있다"면서 "다만 그 흔하고 사소한 것들을 작품으로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인지, 또는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다시 보게 하는 것이 나(작가)의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