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법원은 지방법원 합의부 등 1심의 판결·결정·명령에 대한 항소 또는 항고사건을 심판한다. 현재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구, 대전, 광주, 그리고 수원에만 고법이 설치돼 있다. 수원은 특별시나 광역시가 아님에도 고법이 자리한 국내 유일의 도시로 위상을 높였고, 인천과 울산은 고법이 없는 광역시로 남아있다. 인천에는 지난 2019년 3월 서울고법 인천 원외재판부가 별도로 설치됐다. 고법 사건 중 일부인 민사·가사 사건만 담당할 뿐 형사·행정 사건의 항소심을 전담하는 재판부는 없다.
당연한 결과지만 인천시민들은 그래서 여러모로 불편하다. 민사와 가사사건의 항소심을 제외한 나머지 항소심의 경우 관계자들이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고법까지 다녀야 한다. 수반되는 시간적·경제적 부담도 만만찮을 것이다. 자존심에도 생채기가 났다. 서울고법 인천 원외재판부 개원 당시 인천지방변호사회가 인천시민과 법조인 등 1천65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인천에 고등법원 대신 원외재판부가 생긴 것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74.1%가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인천고법이 설치돼야 한다'는 응답자가 93%나 됐다. 원외재판부로는 광역시민으로서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
새로운 기대가 생겨나고 있다. 인천변호사회 출신인 이종엽 변호사가 대한변호사협회장으로 당선되면서부터다. 이 신임 회장은 인천변호사회에서 처음 배출한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다. 지난달 22일 제51대 대한변협 회장으로 취임해 2년간의 임기를 시작했다. 인천변호사회 회장과 인천경실련 공동대표를 지낸 터라 누구보다도 인천고법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 본인 스스로 인천고법 설치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해왔다.
그동안 인천지역사회가 고법 유치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건 아니다. 크고 작은 논의들이 계속돼 오는 가운데 인천시의회가 지난해 6월 '인천고등법원 유치를 위한 촉구 결의안'을 가결해 국회와 대법원 등에 보냈다. 같은 달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의원과 신동근 의원 등이 인천고법 설치를 위해 관련 법률의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인천시도 지난해 9월부터 민관합동기구를 가동시켰다. 그럼에도 이후 눈에 띄는 진척이 없었다. 여러 갈래의 노력들을 하나로 묶는 응결력이 부족했고 응집력이 약했던 탓이다. 지금이야말로 인천시민의 사법편의 증진을 위해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할 국면이다. 기회를 헛되이 보내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