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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말하는 보호소의 삶·(2)]보호 일시해제 이후의 삶

신현정
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입력 2021-04-05 21:24 수정 2021-04-06 10:28

돈은 필요한데 일은 못해…'범죄의 유혹'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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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외국인보호소 전경. /법무부 제공

치료·소송 수행 등 이유 '해제신청'
영리활동 금지… 생활 곤경 처해
시민단체 "취지와 다른 결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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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아르바이트라도 할 수 있으면 좋은데…. 보증인 도움 없이는 생활이 어려워요."

보호외국인 A(30대)씨는 약 2년을 화성 외국인보호소에서 지내다 건강문제로 '보호 일시해제'를 신청했다. 보호소 밖에서 지낸 지 벌써 1년이 지났지만 항상 삶이 불안하다고 토로한다.

생계를 이어나가고 병원 진료를 받으려면 돈이 필요한데, 일은 할 수가 없어 시민단체 등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A씨는 보증인이 주는 용돈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지만 보증인의 생활이 어려워지면 어쩌나 노심초사다.



일부 보호외국인들은 치료와 소송 수행 등으로 보호 일시해제를 신청한다. 보호 일시해제는 보호시설에 있는 보호외국인의 청구 등에 따라 2천만원 이하의 보증금을 예치하면 가능하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보호 일시해제로 나간 보호외국인은 9명으로, 한 달에 6~10명꼴이다. 일시해제를 받은 보호외국인은 3개월마다 연장 신청을 해야 하고, 월 1회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출석해 현 상황을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열악한 보호소를 벗어나도 외부에서 취업 등 영리활동이 제한돼 보호외국인의 보호소 밖 생활도 순탄치 않다. 영리활동이 적발되면 해제가 취소되고 보호소로 들어가야 한다.

올해 초 보호 일시해제로 나온 B(40대)씨도 "간단한 아르바이트도 할 수가 없어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생활용품을 받는다"며 "병원은 무료 진료를 해주는 병원을 찾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1년간 보호소 생활을 끝으로 보호소를 벗어난 C(50대)씨도 "보호소 생활 중 지병이 악화돼 치료를 위해 일시해제로 나왔다"며 "노동이 금지돼 시민단체가 마련해준 거처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에 시민단체들도 보호외국인들의 불안감은 물론 범죄 등 유혹에 빠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한다.

시민단체 '마중'은 "보호 일시해제 허가를 받은 보호외국인들은 본인의 이름으로 휴대전화 개통도 할 수가 없고, 생활이 불안정해 범죄 등 유혹에 노출될 수 있어 보호 일시해제 제도의 취지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부분적이라도 취업 활동 등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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