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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구조대장은 '퍼스트인 라스트 아웃'하던 대원이었습니다"

서인범·김동필·이자현 서인범·김동필·이자현 기자 입력 2021-06-19 13:25:47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 당시 인명 검색위해 지하 2층 진입
동료들 "현장에서 직원이 다치지 않게 늘 주변을 먼저 챙기던 분" 기억
실종 50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돼…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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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 구조대장 빈소가 19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마루공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2021.6.19 /연합뉴스

"전날에도 서로 웃으며 인사를 주고받았는데…"

문흥식 광주소방서 예방대책팀장은 화재 전날인 16일 실종된 김동식(52) 구조대장을 마주쳤을 때를 떠올렸다. 20년간 김 구조대장과 우정을 다진 문 팀장은 "김 대장은 구조대장으로서 항상 솔선수범하던 분"이라며 "현장에 가면 직원들이 다치지 않게 먼저 주변을 돌아보던 선배였다"고 말했다.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가 있던 날도 김 구조대장은 후배들을 먼저 생각했다. 김 구조대장은 동료 4명과 17일 오전 11시20분께 인명 검색을 위해 건물 지하 2층에 진입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창고에 쌓여 있던 적재물이 무너지며 불길이 세졌다. 김 구조대장은 탈출 대열의 맨 마지막에 서서 후배 대원 4명을 급히 내보냈지만 자신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소방관은 "27년간 근무하고 이제는 순탄한 길만 남아있는데 이런 사고가 생겨 같은 소방관으로서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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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김동식 구조대장 구조팀이 수색을 끝내고 화재현장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2021.6.19 /서인범 기자 sib@kyeongin.com

지난 17일 오전 실종된 김 구조대장은 19일 끝내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실종 50여시간만이다.

그는 지난 17일 오전 11시20분께 인명수색을 하기 위해 동료 소방관 4명과 함께 물류센터 내부로 진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창고에 쌓여 있던 적재물이 무너지며 불길이 세졌다. 김 구조대장은 탈출 대열의 맨 마지막에 서서 후배 대원 4명을 급히 내보냈지만 자신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전날인 18일까지 불길이 채 진화되지 않아 수색작업을 벌이지 못했던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김 구조대장에 대한 수색작업에 들어갔다.

이날 10시께 진행된 안전점검결과 김 구조대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까진 안전하다는 판단이 서면서다. 5명씩 3개조로 구성된 구조팀은 약 15분만에 그를 찾아냈다. 입구에서 직선으로 50m, 물류센터 지하 2층 중심부에서 좌측으로 약간 벗어난 지점이었다. 물론 내부구조가 자재 등이 섞여 미로를 연상케 해 실제 거리는 더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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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김동식 구조대장을 실은 구급차가 순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화재현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2021.6.19 /김동필 기자phiil@kyeongin.com

발견 당시 김 구조대장은 재와 주변 탄 자재와 함께 얽혀 있었다. 주변 자재 정리에 나선 구조팀은 약 1시간 20여분 지난 오후 12시12분께 그를 구급차에 실어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으로 이송했다.

김 구조대장은 1994년부터 소방관 생활을 시작해 27년간 주요 부서를 두루 거친 베테랑이다. 경기도지사 표창장 등 각종 상을 받으며 성실함을 인정받았고 위험물기능사, 응급구조사2급 등의 자격증을 취득하며 남다른 학구열을 보이기도 했다.

조병우 광주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김 대장은 퍼스트인 라스트 아웃(제일 먼저 들어가 가장 마지막에 나온다는 책임감을 상징하는 소방용어)으로 대원들을 철저히 지켰다"며 "평소 화재나 추락사 사고가 있을 때도 본인이 먼저 올라가는 솔선수범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편 김 구조대장과 함께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 팔 골절, 얼굴 화상 등의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진 동료 소방관은 현재 건강이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3명의 대원은 아직 현장에 투입시키기 곤란해 대기 중이다.

/서인범·김동필기자·이자현 수습기자 phii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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