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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두껍아 헌집 줄게 도시재생 다오

손성배 손성배 발행일 2021-07-06 제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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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배 기획콘텐츠팀 기자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두껍아 두껍아 네 집 지어줄게 내 집 지어다오'.

어릴 적 아파트 놀이터에서 모래장난을 하며 부르던 동요다. 태어나 자란 아파트는 1980년 12월에 사용승인을 받았다. 모래장난을 했던 어린시절 아파트는 낡고 좁았다. 그래서 두꺼비에게 헌 집 줄 테니 새집을 달라고 그렇게도 되뇌었나 보다.

낡고 초라한 동네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누구나 보다 나은 환경에서 살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 고층 아파트 조감도와 산뜻한 모델하우스의 유혹에 쉽게 빠져 옛것을 지워버리는 이유다. 재개발의 결과 일부는 폭등한 집값을 지불하고 그 이상 차익을 얻지만, 다수는 터전을 잃고 바깥으로 밀려난다.

철거형 개발의 폐해를 막고자 등장한 개념이 도시재생이다. 도시재생은 문재인 정부 들어 100대 국정과제(도시재생 뉴딜사업)로 위상이 높아지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정책에 대한 관심과 함께 비판에도 직면했다. 5년간 50조원을 들여 벽화 그리고 화단 정비를 하고 있다는 질책이다.



현장의 분위기는 달랐다. 도시재생은 사람들을 모이게 했다. 청년들은 도시재생을 상생 차원에서 고민했고, 마을의 터줏대감 어른들은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봉사했다. 시장 한복판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은 아파트 단지에나 있을 법한 멋진 놀이터를 선물 받았다.

아쉬운 점은 물론 있다. 너무 낡은 공간은 모두 지우고 새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도 장기적인 계획과 분석 없이 지자체의 사업 추진 의지에 따라 막대한 공적 재화를 투입하는 사업지가 있었다.

최초의 기록매체 양피지는 너무나 귀해서 지웠다 다시 쓰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과거의 흔적이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지워진 것이다. 도시와 그 속의 우리네 삶도 고대인의 기록 못지 않게 귀중한 역사다. 우리 도시에서 어디를 지우고 남길 것인지 멀리 내다보고 선택해야 한다.

/손성배 기획콘텐츠팀 기자 so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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