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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탈원전 한계 드러낸 전력공급 대책

경인일보 발행일 2021-07-22 제19면

어제 중복(中伏)을 계기로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기 시작했다. 사실상 장마가 끝난 때문인데 역대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2018년 여름의 고통스러운 기억이 떠올라 편치 못하다. 기상청은 "20일부터 하층 북태평양고기압 기단과 상층 티베트고기압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한반도가 열돔에 갇혔다"고 발표했다. 두 개의 고기압이 햇빛을 받아 달궈진 지표면의 열기를 가둔 탓에 평년보다 5∼10도 기온이 상승해 짧게는 수일간, 길게는 십여 일까지 지속된다. 환경파괴에 따른 지구온난화가 화근으로 올해 미국 서부지역 최고기온이 50도까지 치솟은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난 20일 오후 4시 30분의 순간최대전력은 88.1GW이었지만 공급예비전력이 10.5GW라 무사히 넘겼다. 올해 폭염이 사상최악으로 기록된 2018년 수준에 근접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전문가들은 전력수급난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역대 여름철 최대전력수요는 2018년 7월 4일의 9만2천478MW로 당시 전력 예비율은 7.7%였다. 지속되는 무더위 등으로 전력수요가 언제든 급증할 가능성이 있어 안심은 금물이다.

계획예방정비작업의 일환으로 그동안 수리 중이던 원전 3기의 전면 재가동이 주목된다. 신월성 1호기(1MW)와 신고리 4호기(1.4MW)를 18일과 21일에 각각 가동하고 23일에는 월성 3호기(0.7MW)마저 재운전하기로 했다. 역대급 무더위가 예상되면서 전력수급 불안이 점차 증폭되자 지난 19일에 정부가 서둘러 재가동 결정을 내린 것이다.

올여름 전력수요를 지나치게 낙관한 것이 화근이다. 정부는 작년 말에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세우면서 2020년 여름을 기준으로 금년 여름의 최대전력을 90GW로 책정했다. 지난해 여름은 최대전력수요 89.1GW에 예비전력 8.9GW(예비율 9.9%)로 무난히 넘겼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7월 1일에 최대전력을 94.4GW로 재조정하면서 운휴 중인 원전 3기를 8월부터 재가동하기로 했었다.



작년에는 코로나19로 전력사용이 감소한 이례적인 한해일 뿐 최근 10년간 전기 판매량은 추세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상청도 일찌감치 올여름 폭염을 예고했다. 4차 코로나19 대유행이 피크전력 수요관리에 지난해처럼 긍정적인 영향을 발휘할지 지켜봐야 한다. 폭염이 문재인정부의 탈원전정책을 검증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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