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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현보의 '생태교육'] 해당화 피고지는 섬마을 모습과 공정여행

심현보 발행일 2021-08-23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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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현보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교장
지난 7월 하순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때지만 인천 연안부두에서 44㎞ 거리에 위치한 이작도를 오랜만에 다녀왔다. 출항한 쾌속선은 인천대교 사이를 지나 1시간20분 만에 자월도와 승봉도를 거쳐서 이작도에 내려주었다. 이작도는 썰물 때면 바다에 잠겨 있는 모래톱이 드러나 바다 한가운데 모래사장이 나타나는 풀등이라는 천연의 시한부 모래섬을 품은 섬이자 풀등을 주제로 해양생태 및 관광자원을 볼 수 있는 해양생태관이 있는 섬이다. 또한 남한에서 최고령의 암석이 있고, 1967년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섬마을 선생님' 무대인 계남분교가 있는 섬이다.

이러한 다양한 자연이 공존하는 이작도를 둘러보면서 섬의 생태와 자원을 지키면서 동시에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먼저 풀등 및 남한 최고령 암석과 같은 지형·지질자원을 보존하고 연계하여 관광 자원화하면 좋겠다. 다음으로 이 섬은 해양보호구역으로 설정되어 해양생태관이 있는데, 생태관의 운영을 위한 관계 기관의 적극적인 물적, 인적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영상 및 전시 중심의 생태관을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시키고, 섬에 어패류 생태 체험장을 만들어 연계하면 좋을 듯하다. 마지막으로 영화 '섬마을 선생님'이라는 주제를 가진 섬으로 영화 촬영지를 잘 복원하여 추억의 장소로 활용하고, 특히 계남분교 터는 자녀들이 함께하는 생태학습의 장소로 운영했으면 한다.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자원연구센터장 김준 박사에 의하면 섬에 거주하는 주민은 줄고 있지만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을 '관계인구'로 전환하자고 주장하였다. 이처럼 섬 지역 소멸 대안으로 특정 지역에 거주하지는 않지만 여가 생활이나 사회적 기여 등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그 지역과 관계 맺게 하여 섬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기를 바란다.



인천 연안에는 160여 개의 유·무인도가 존재한다. 특히 일부 지역은 해양생태계 및 해양경관 등을 특별히 보전할 필요가 있어 해양보호구역으로 설정 관리하고 있다. 인천은 이작도 주변 해역을 해양생태계보호구역으로, 장봉도 갯벌을 습지보호구역으로, 그리고 송도와 소래포구 갯벌을 하나로 묶어서 습지보호지역으로 설정하였다.

그러나 섬의 주인은 섬마을 사람들이다. 그래서 방문자의 입장이 아닌 섬에 살고 있는 정주자의 입장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섬은 생태계의 관점에서 천혜의 지역이면서 청정지역이지만 현실적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최근 2년간 인천 연안의 섬들에 대한 토지 거래가 많이 증가하였는데, 특히 도서지역 땅 구입자의 절반 정도는 외지인들로 섬에 대한 투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공공재 성격이 강한 섬 지역에서 지자체 및 지역 주민의 활용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번 이작도 여행에서 영화 무대였던 계남분교를 졸업한 주민을 만났는데 그들의 모교인 학교를 복원하고자 해도 활용을 할 수 없다며 아쉬워하였다. 둘째, 섬은 당연히 천혜의 경관과 함께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그러나 그 섬을 둘러싸고 있는 바닷가는 문명의 배설물인 스티로폼과 페트병, 폐어구 등 각종 쓰레기가 널려있다. 특히 중국과 접한 인천 연안의 섬에는 한자로 쓰인 상표가 붙은 중국산 쓰레기가 쉽게 발견된다. 바다는 단절된 공간이 아닌 전 지구적으로 연결된 공유 자원이다. 따라서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섬과 지역사회 및 국가만의 노력이 아닌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섬 지역은 교육과 문화적 혜택이 매우 부족하다. 특히 중·고등학교가 없는 섬 지역에서 만난 주민의 마음에서 자녀의 학업을 위해 일찍 육지로 떠나보내야 했던 부모의 애틋함과 자녀에 대한 그리움을 느꼈다. 따라서 이를 위한 교육 지원프로그램과 음악, 미술 등의 찾아가는 공연 등을 기획하여 지원하였으면 한다. 넷째, 섬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외부에서 가지고 온 물건을 사용하고 쓰레기만 남겨놓고 돌아가 이는 고스란히 섬 지역 주민의 몫이 되고 만다. 따라서 생필품을 포함해서 섬지역의 특산물을 구입하여 지역민과 함께 상생하는 공정여행이 필요하다.

섬의 문화를 연구하는 김준 박사는 "좋은 길은 걷는 속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섬길을 걸을 때면 발걸음이 느려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또한 알량한 콘텐츠를 더해 사람이 많이 찾는다고 해서 섬이 바뀌지 않는다. 그곳에서 삶의 지혜를 얻고 미래를 살아갈 방법을 얻을 수 있다"라고 하였다. 섬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섬의 생태와 보전을 생각하고 발전을 모색해야 하겠다.

/심현보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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