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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감 참고인 출석' 박원섭 서울개인택시평의회 의장

이여진
이여진 기자 aftershock@kyeongin.com
입력 2021-10-04 18:28

"카카오, 블루 기사에 콜 더 배정… 국감에서 모두 증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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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회 국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가맹택시인 카카오T블루에 '콜 몰아주기'에 따른 피해를 증언하는 박원섭 서울개인택시평의회 의장. 2021.10.8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

카카오T블루 콜 몰아주기, 가맹계약 공정성 논란 등을 빚어온 카카오모빌리티가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오를 것(9월 30일자 1면 보도)으로 보인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와 함께 국토위 국감에 출석하는 박원섭 서울개인택시평의회 의장은 지난 2일 "카카오 측의 블루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로 비가맹택시 기사들의 매출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서울 양천구의 한 LPG충전소에서 만난 박 의장은 이 같은 내용을 국감장에서 증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박 의장과의 인터뷰 전문.

-이번 국감에서 증언하는 내용은 어떤 내용인가?

"카카오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와 비가맹 택시의 콜 건수 및 월 매출을 비교한 내용이다. 비가맹택시인 내가 한달간 콜 64건, 매출 279만7천541원을 기록할 때 가맹택시는 동일한 조건에서 콜 404건, 매출 492만6천933원을 기록했다. 블루 기사에게는 콜이 7배 많이 배정된 것이다. 이는 서울지역 다른 개인택시 기사인 김모 씨의 실험에서도 확인됐다. 비가맹택시 기사인 김씨가 지난해 12월 한달 간 콜 122건, 월 매출 159만7천원을 올릴 때 가맹택시 기사는 콜 280건, 월 매출 307만5천200원을 올렸다. 두 배 가까이 차이 난다.

이처럼 블루에 '콜 몰아주기'가 일어나면서 비가맹기사들의 피해가 막심하다. 내 경우 예년 월매출이 450만원 수준이었다가 28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일하는 시간대도 완전히 바뀌었다. 영업이 잘 되는 출퇴근시간에는 비가맹택시에도 콜이 들어오지만, 영업이 잘 안되는 새벽에는 블루 가맹택시에만 콜이 몰린다. 비가맹택시는 새벽에 콜 자체가 없다시피 하니 운행 자체를 잘 안 한다. 당초 카카오가 택시호출시장에 진입한 취지는 택시 공급량을 늘려 시민의 편의를 개선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이 같은 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에서는 블루에 '콜 몰아주기' 의혹을 전면 부정하면서 자체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에 의해 가맹과 비가맹 택시를 동일한 원리로 배차한다던데?



"콜 몰아주기에 대해선 많은 택시기사들이 현장에서 피부로 느꼈다. 승객이 가맹택시와 비가맹택시와 관계없이 배차해주는 '일반호출'을 이용해도 가까운 거리의 비가맹택시는 콜 자체가 뜨지 않고, 먼 거리의 가맹택시가 배차된다. 카카오가 블루 가맹 여부에 따라 배차에 차등을 두지 않으면 발생할 수 없는 일이다.

평의회에서 추정하기로는 카카오가 가맹택시와 비가맹택시에 1~5등급을 매겨 예상도착시간(ETA)를 다르게 배분하는 것 같다. '1등급 택시에는 예상도착시간 5분, 2등급에는 4분, 3등급에는 3분' 식으로 택시 등급이 낮아질수록 예상도착시간을 짧게 설정해놓으면 5등급 택시에는 1분 거리에 있는 콜만 잡힌다. 결국 배차가 거의 안 이뤄지게 된다. 이 역시 추정이지만 1등급은 블루 가맹 법인택시 중에서도 카카오가 인수한 9개 택시회사 소속 차량, 2등급은 블루 가맹 법인택시 중 9개 이외의 회사 소속 차량, 3등급은 비가맹 법인택시 중 9개 택시회사 소속 차량, 4등급은 블루 가맹 개인택시, 5등급은 블루 비가맹택시인 것으로 추정한다. 물론 진실은 정부가 면밀히 조사해야 밝혀질 것이다."

-카카오가 국감 준비 과정에서 제출한 답변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

"카카오모빌리티가 소병훈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는 '콜 몰아주기'에 전혀 근거가 없다며 일축하는 내용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답변서에서 예상도착시간, 기사배차수락률, 기사운행패턴, 수요공급비율, 실시간교통상황, 최근운행분포, 기사평가 등에 기반해 가맹택시와 비가맹택시에 동일하게 배차를 진행한다고 해명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 2019년 9개 택시법인을 인수해 직영택시를 운영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타고솔루션이 가맹서비스를 해도 사업자 참여율 저조로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않은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기본적으로 택시사업자들은 도전적이지 못하고 안정적인 것만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 (가맹택시사업이) 잘 되지 않아 직접 택시회사를 인수해 직영택시를 도입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번에 카카오가 내놓은 상생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지역별로 가맹택시 상생협의회를 꾸린다고 발표했지만, 참여자들이 '카카오 녹을 먹는' 사람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 법인택시의 경우 블루 가맹법인의 대표들만 참여하고 개인택시의 경우 A씨, B씨 등이 대표로 있는 3개 단체가 협의 중인데 모두 카카오와 모종의 커넥션이 있는 사람들이다. 상생협의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리가 없다.

2년 전 A씨는 모 플랫폼 택시업체의 부사장이었다. 이 플랫폼 업체가 법인택시에서 개인택시로 넘어오려고 할 때 A씨와 내가 협상에 참여했는데, 그쪽에서 수수료 3.3%(당시 카드 수수료율)를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었다. 그런데 당시 평의회 총무였던 B씨가 A부사장과 결탁해 수수료를 오히려 3.5%로 올렸다. 그 둘이 현재 3개 단체의 운영진이다. 모두 카카오의 행동대원이다. 본인들 입으로 '블루 모집수당'으로 카카오에서 인당 5천원씩 받는다고 말했다. 개인택시들이 블루에 가맹했을 때 차량 전면 랩핑·갓등 교체 등으로 납부하는 금액 중 일부도 그들이 가져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카카오 택시이면서 다른 브랜드에 중복 가맹한 택시들을 '색출'하는 작업도 하는데, 이를테면 타다 택시가 지나가면 차량 번호판을 찍어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 업로드하고 블랙핀을 통해 블루 가맹택시인지 여부를 조회해 카카오 차원에서 제재 조치를 내리는 것이다. 상생기금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이다. 카카오에서 상생기금으로 3천억원을 내놓는다지만 대부분이 택시회사나 대리운전 회사 등 관련 업체에 전달돼 일선 기사들한테 실질적으로 돌아가는 액수는 미미할 것이다."

-이 문제를 궁극적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지금처럼 택시업계가 (카카오T블루) 가맹과 비가맹으로 갈려 있으면 여러 분쟁의 소지가 된다. 카카오에 공정 배차를 요구하는 것이 먼저다. 아울러 카카오택시의 수수료를 현행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꾸는 작업도 추진해야 한다. 택시요금은 서민의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정부가 면밀한 검토를 거쳐 조정한다. 1960년대 30원으로 시작해 현재 3천800원으로, 60년 동안 고작 3천700원 가량 올랐다. 그런데 카카오는 불과 3년 사이에 호출료를 4천원 올리려고 했다. 플랫폼 회사가 탄력요금제라는 옷을 입고 요금을 마구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하 여객자동차법)의 허점 때문이다. 여객자동차법 49조의2가 규정하는 '플랫폼'에는 카카오가 포함돼 있지 않다. 그래서 타 택시업계와는 달리 호출료를 제한 없이 올릴 수 있고 사업자 면허 취소 등 제재도 안 받는다. 정부가 기존 택시업계에는 규제를 묶어놓고 플랫폼에는 규제를 풀어준 것이다.

돌아보면 역대 어떤 운수사업자도 여객자동차법의 예외가 아니었다. 우버의 사례를 생각해보면 여객자동차법 34조(유상운송행위)의 '자가용은 돈 받고 영업할 수 없다'는 조항에 걸려 과징금을 맞고 한국에서 사업을 접었다. 카풀 역시 같은 조항에 걸려 사업을 철수했다. 최근 타다도 정부가 허가를 내줄 때는 렌터카로 내줬는데 여객자동차법상 유상운송행위를 한다고 지적돼 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그런데 카카오는 법 자체를 바꿔서 유상운송행위를 하는 셈이다. 여객법을 정상화시켜서 카카오가 호출료를 올릴 경우 정부와 논의를 거치도록 하고, 위반 시 면허 취소까지 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근본 원인을 치유하지 않고선 해결되지 않을 문제다. 이번 국감에서도 관련 발언을 할 것이다."

한편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 측이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에만 콜을 몰아준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경기도는 관련 실태조사를 벌인 바 있다. 당시 도는 카카오T블루 운행지역에서 기존 택시사업자의 카카오T배차 콜 수가 평균 29.9%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카카오T에서 발송된 수신 콜 수를 확인해보니 일반 택시기사들의 수신 콜 수는 일 평균 42%가 증가했다. 플랫폼에서 많은 콜을 발송해도 택시 기사가 선호하는 콜만 골라 운행한다면 완료된 콜 수는 낮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수락한 콜 수만으로는 몰아주기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카카오T블루에만 인위적 배차가 이뤄지면 오히려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일반 택시가 아닌 더 멀리 있는) 차량이 승객에게 배정될 확률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승객과 기사 모두의 만족도를 떨어뜨린다. 플랫폼의 가치를 저하시키는 행위를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 날씨 요인 등에 따른 이동 수요 하락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국감에 앞서 국회에도 '콜 몰아주기'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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