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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8)] 연근 첨가 천지수 순생 막걸리 '시흥 대한주조'

문성호 문성호 기자 발행일 2021-11-16 제11면

오래 숙성하고 오래 보관하는 해외에서 먼저 알아본 '연근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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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의 대표적인 특산물로 연근(蓮根)이 손꼽히는데 연근이 처음 재배된 곳도 바로 시흥이기 때문이다.

시흥시 향토유적 제8호 관곡지(官谷池·시흥시 하중동 208)는 조선 전기 농학자인 강희맹이 제조 9년 명나라에 다녀와 중국 남경에 있는 전당지에서 연꽃씨를 채취해 시흥시 하중동 관곡에 있는 연못에 씨를 심어 재배해 널리 퍼지게 됐다. 이를 계기로 안산군의 별호(別號)를 세조 12년(1466년)부터 '연성(蓮城)으로 부르게 됐다.

또한 연근과 관련된 율곡 선생의 일화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어머니인 신사임당을 여의고 오랫동안 실의에 빠져 있던 율곡 선생이 건강을 상하게 됐는데 이때 그의 건강을 회복시켜준 음식이 바로 '연근죽'이었다.

연근은 먹거리뿐만 아니라 귀중한 약재로도 사용됐다. 특히 땅속의 보물로 일컬어지는 연근은 지혈, 소염, 강장, 피로회복, 감기, 천식에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기미, 여드름 개선 및 숙면에 도움이 되는 음식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흥시 정왕동에는 시흥의 특산물인 연근이 함유된 막걸리를 제조하는 '대한주조(대표이사·김미영)'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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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수 순생 막걸리./김동현기자 kdhit@kyeongin.com

세계에서 가치를 인정한 맛, '천지수 순생 막걸리'
대한주조는 연근이 들어간 '시흥 연 막걸리'와 '천지수 순생 막걸리'를 제조한다. 그렇지만 시중에서 '천지수 순생 막걸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한주조가 설립된 것은 2009년으로 13년이라는 역사가 짧은 것도 있겠지만 일본 최대 쇼핑몰 라쿠텐에서 11년 연속으로 막걸리 부문에서 1위를 이어왔을 정도로 '천지수 순생 막걸리'의 70%가량은 일본을 위주로 한 해외수출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최대 쇼핑몰서 11년 연속 '막걸리 부문 1위'
70%가 수출…국내 마니아층 찾는 프리미엄 제품
경기미 100% 사용… '오양주 기법' 깔끔한 뒷맛
품질유지 위해 목요일 하루 판매후 잔량은 폐기
업계 최초 냉장차량 유통… 유통기한도 6배 길어

미슐랭가이드 Tokyo '그레이스'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을 정도로 천지수 순생 막걸리는 세계에서 가치를 인정한 맛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머지 30%마저도 온라인(15%)과 오프라인(15%) 판매가 이뤄지면서 국내에서도 마니아층이 주로 찾는 프리미엄 막걸리로 손꼽힌다. 지난해 12월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형태로 첫선을 보인 뒤 연속 완판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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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의 특산물인 연근이 함유된 천지수 순생 막걸리./김동현기자 kdhit@kyeongin.com

천지수 순생 막걸리는 국내 최고급 경기미 햅쌀 100%로 만든 전통주로 독보적인 밑술 배양과정과 5번 배양과정을 거치는 최고급 양조기술인 오양주 기법을 적용해 목 넘김이 좋고 부드러우며 담백한 깊은 맛과 깔끔한 뒷맛이 특징으로, 젊은 여성들도 많이 찾는다.



또한 숙성된 최상의 막걸리가 나오는 매주 목요일 단 하루만 판매하고 잔량을 모두 폐기한다. 이는 고객에게 동일하게 최고의 맛과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대한주조의 철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사전 예약 특정일 배송방식을 통해 유통된다.

김미영 대표이사는 "천지수 순생 막걸리는 병에 담은 날로부터 2~3일째 되는 날이 가장 맛이 좋아 술을 많이 마시는 금요일과 토요일에 최상의 막걸리 맛을 전달하기 위해 목요일 단 하루만 온라인 주문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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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에만 병에 담겨지는 천지수 순생 막걸리. /김동현기자 kdhit@kyeongin.com

2~3일이 지난다고 해서 천지수 순생 막걸리의 맛이 급격히 떨어지진 않는다. 1주차엔 단맛이 강하면서도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고 2주차엔 단맛과 탄산의 적절한 조화가 특색이다.

3주차엔 산미가 느껴지며 더욱 깊은 맛을, 4주차엔 드라이한 풍미가 매력적으로, 숙성 시간에 따라 자연스러운 맛의 변화가 진행되고 개인 취향에 맞춰 여러 가지 맛을 즐길 수도 있다. 

 

 

 

K-주류의 기준 정립을 목표로 도약 중인 대한주조
천지수 순생 막걸리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인 이유에 대해 김 대표이사는 '기본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1995년부터 일본 도쿄에서 유학생활과 함께 유통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김 대표이사는 2002년 초 드라마 겨울연가와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로 일본 내에서 한류 붐이 일면서 한식과 막걸리 소비가 늘어나는 것을 보고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을 느꼈고 몇 년 동안 준비한 끝에 시흥에서 막걸리 공장을 차렸다.

당시 막걸리 업계에선 상온 제조와 유통이 일반적이었지만 대한주조는 업계 최초로 공장 내에 냉장고를 설치하고 냉장차량으로만 유통하는 제조·유통시스템을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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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대한주조 대표가 막걸리를 제조하고 있다. /김동현기자 kdhit@kyeongin.com

김 대표이사는 "사업 초기 막걸리를 만드는데 무슨 냉장고냐는 시선이 있었지만, 우리보다 술 종류가 많고 술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선 냉장 제조·유통시스템이 일반적이었다"며 "내가 알고 있던 원칙대로 했고 지금은 보편화됐다"고 말했다.

시중에 유통되는 막걸리는 생산까지 7일이 소요되고 유통기한이 15일밖에 되지 않지만 천지수 순생 막걸리는 15일간의 숙성기간을 거치면서 유통기한이 일반 막걸리보다 6배나 긴 90일이나 된다. 유통기한이 길다는 것은 그만큼 해외수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우리 전통주 세계 어디 내놔도 충분히 승산 있어"
김미영 대표이사 'K - 주류' 확산 희망 큰 기대감
그는 "막걸리와 김치는 숙성(발효)하는 원리가 같은데 김치를 일반 냉장고에 보관하느냐, 아니면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처럼 막걸리도 저온을 어떻게 유지하고 얼마만큼 숙성기간을 갖느냐에 따라 맛이 큰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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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대한주조 대표이사./김동현기자 kdhit@kyeongin.com

대한주조는 주류산업이 고(高)부가가치 산업인 만큼 K-팝, K-문화에 이어 막걸리를 비롯한 우리 전통주가 세계를 주도하는 K-주류로 확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으로 K-주류가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한 김 대표이사는 새로운 청주 등을 개발, 글로벌 해외유통망을 통해 대한민국 전통주를 세계에 알릴 계획도 세워 놓고 있다.

김 대표이사는 "불닭볶음면이 해외에서 높은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독특한 색과 맛, 향을 느낄 수 있는 우리 전통주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시흥/문성호기자 moon23@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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