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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인천시티발레단, 뮤지컬 발레 '춘향'

이주영 기자 발행일 2021-11-22 제15면

우아한 발레·한국적 정서 '화학적 결합'… 사랑·운명 이중주 '가을에 드리운 봄빛'

인천시티발레단 춘향 사진_01
인천시티발레단, 뮤지컬 발레 '춘향'의 한 장면. /인천시티발레단 제공

고전(古典)의 성공적인 발레 안착이다. 인천시티발레단(단장·박태희)이 지난 14일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인 뮤지컬 발레 '춘향'은 가을에 드리운 봄빛처럼 사랑과 운명의 이중주가 명징했다.

'춘향전'은 그동안 영화, 뮤지컬, 연극, 한국무용, 창극 등에서 다양하게 변주됐다. 이번 무대는 발레 특유의 기교와 우아함에 한국적 정서가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 순도와 밀도를 높였다.

수준 높은 기량·전통미 돋보인 무대


모던한 한복 스타일 의상을 입고 2인무가 펼쳐진다. 봄기운이 영상에 스며든다. 춘향과 몽룡의 만남은 운명적인 백년가약으로 이어진다. 춘향과 몽룡이 빚어내는 사랑의 파드되(pas de deux)가 풍요롭다. 사랑의 공기가 더없이 크다. 사랑은 이별을 잉태한다. 서러운 이별을 받아 드릴 수밖에 없는 춘향.

변학도의 구애가 부임잔치 기생점고(妓生點考) 장면으로 펼쳐진다. 수청을 거절하는 춘향의 단호함이 강렬하다. 아픈 대가가 바로 이어진다. 옥에 갇힌다. 몽룡을 향한 기다림의 손짓이 춘향의 어깨선을 따라 흐른다. "언제까지 널 사랑해"라는 노래 가사가 뮤지컬 느낌을 주며 현재 심정을 대변한다.

암행어사가 된 몽룡은 큰 점프로 등장한다. 만남의 2인무가 짧게 보여진다. 그리움의 춤이다. 변학도 생일날은 춘향의 운명이 엇갈린 날. 거부의 몸짓은 사랑의 손짓으로 바뀐다.



춘향과 몽룡은 무대 후방에서 앞으로 나오며 춤춘다. 군무도 가세해 기쁨의 춤에 흥을 더한다. 춘향을 젠틀하게 들어 올리며 마무리된다. 영원한 사랑의 약속이다.

이번 공연에서 눈에 띄는 몇 가지가 있다. 수준 높은 기량의 무용수 기용이다. 미국 올랜드발레단 수석 무용수 출신의 원진호는 빼어난 기량, 좋은 피지컬, 풍부한 표현력을 지닌 무용수다. 발레리나 춘향의 전형을 보여줬다.

춘향과 호흡을 맞춘 몽룡 역의 나대한은 캐나다 국립발레단 출신 발레리노로 안정된 테크닉과 무대 매너로 관중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전 UBC 단원인 Michael Wagley(변학도), Silva Mazoco Virginia(월매)의 동선 큰 움직임은 드라마성을 상승시킨다. 황지원(향단), 이원석(방자)의 재치있는 호흡도 눈에 들어온다.

여기에 여러 역할을 한 예인 역의 여자 군무진은 작품의 표현 밀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의상, 장신구, 영상 등 무대 표현요소 곳곳에서 전통미를 보여줘 발레 미학을 끌어 올린다.

2003년 창단된 인천시티발레단은 인천을 중심으로 전국을 누비며 클래식, 창작발레 작품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이번 공연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중장기창작지원사업 선정작이다. 명실상부했다. 발레단이 시티(City)를 넘어 월드(World)로 비상하길 기대해 본다. 그 가능성과 확장성을 목도한 시간이다.

/이주영(무용평론가·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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