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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보존·계승돼야 할 문화유산 화성 낙성연

경인일보 발행일 2021-11-30 제19면

수원 화성(華城)은 신도시 건설과 방어라는 다목적용으로 축조됐다. 정조는 개혁 정치의 상징적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했고, 착공 3년여 만에 완공했다. 기중기 등 조선 후기 첨단 건축기술이 총동원된 대역사였다. 최소 10년은 소요될 것이란 예상을 깨고 공기를 7년여 앞당겼다. 사도세자 묘 인근에 위치한 수원은 서울과 남쪽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이자 상업 중심도시였다. 화성이 완공되자 정조는 낙성연(落成宴) 잔치를 열었다.

1796년 10월 16일 화성 낙남헌에서 낙성연이 성대하게 개최됐다. 국왕을 중심으로 신분과 성별이 구분된 잔치가 아닌, 백성 모두가 함께 어울리도록 한 최초의 시민 축제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시민 대다수는 낙성연을 알지 못한다. 지난 25일 수원청소년문화센터에서 대규모 궁중연회인 낙성연 공연이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재연됐다. 코로나 19 확산 여파로 100여 명의 관중만 지켜보는 가운데 공연됐다. 극 중 화성 축성을 기념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예인(연기자)들의 흥겨운 무대로 막이 올랐다. 이어 축성 공사에 참여했다 숨진 아버지 소식을 연회에서 뒤늦게 접한 한 소녀의 '강원도 아리랑'이 이어졌다. 경상도식 자진모리 장단의 '덧배기 춤'과 전북지역에서 활발히 행해졌던 '대기놀이(용기놀이)', 영남지방의 군사 굿 특징이 두드러졌던 '빗내북춤' 등 다양한 공연이 진행됐다.

공연을 지켜본 문화재 관계자들은 당시 상황이 비교적 잘 고증돼 재연됐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문화재는 건축물 등 외형적인 모습만 강조돼왔다. 축제 등 무형문화는 상대적으로 재조명되지 않았다. 낙성연 축제도 지난 2017년에야 최초 고증됐다. 수원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고증해 낸 것인데, 시민들로 구성된 화성연구회는 지난 1997년 수원 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화성의 역사적 가치를 후손들에게 빠짐없이 전달하기 위해 출범했다.

낙성연 고증에는 화성연구회가 큰 역할을 했다. '역사, 문학, 도시계획, 건축 등 석박사 50여 명은 화성성역의궤, 채색본 낙성연도, 한글본 정리의궤 기록을 철저히 비교 분석하고 고증해냈다. 2017년 최초 공연을 시작해 2019년 수원화성문화제에서는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전야제 행사로 재연됐고 현재에 이르렀다.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과 함께 낙성연 또한 보존·계승해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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