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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화한 학도병… 백발 동생이 대신 받은 졸업장

김성호 김성호 기자 발행일 2022-01-12 제6면

인천중, 특별한 졸업식

인천중학교 명예졸업장
11일 2학년 재학 중 1950년 6·25 한국전쟁에 학도병으로 참전해 전사한 고(故) 정해용 학생에 대한 명예 졸업장 수여식이 열린 인천중학교에서 고인의 형제들인 정해덕(83)씨 등이 수여받은 명예 졸업장과 숭의초등학교 졸업사진 앨범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2.1.11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중학교 2학년, 16살 어린 나이에 한국전쟁에 참전해 안타깝게 숨을 거둔 학생이 70여 년이 지나서야 졸업장을 받게 됐다. 맏형 대신 졸업장을 받아든 남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11일 오전 인천중학교에서는 특별한 졸업식이 열렸다. 1949년 9월1일 인천중학교에 입학한 고(故) 정해용 학생이 이날 졸업장을 받은 것이다.

고인은 중학교 2학년 재학 중이던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학도병으로 자진 입대했다. 그는 참전 3개월 만에 제5보병사단 소속으로 강원도 안흥지구 전투에 참여해 얼굴에 관통상을 입고 안타깝게 숨을 거뒀다.


故 정해용 학생 한국전쟁 자진입대
생존한 8남매 중 5남매 행사 참석
 

졸업장은 고인의 아우들이 받았다. 정해용 학생은 11남매 가운데 첫째로 태어났다. 생존한 8남매 가운데 5남매가 이날 졸업식에 참석했고, 셋째 동생인 정해덕(83)씨는 명예 졸업장을, 넷째인 정해업(79)씨는 인중제고총동창회 회원증을 받았다.

정해용 '학생'이 졸업장을 받기까지는 전사한 형의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막냇동생 정해경(62)씨의 간절한 바람과 인천중 진윤기 교감, 양종석 교사 등의 노력이 있었다. 학교가 졸업장을 주려면 학생의 재학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학적부가 있어야 하는데, 학적부를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1935년 개교한 인천중학교는 1972년 폐교 후 현 위치에 재개교했는데 제물포고에서 보관 중이던 학적 자료가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됐다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안 진윤기 교감과 양종석 교사가 수소문 끝에 지난해 12월 국가기록원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졸업장이 발급됐다.

막내 정해경씨는 "특히 돌아가신 어머님이 큰 형님이 졸업장을 받지 못한 것을 살아계신 동안 늘 아쉬워하셨다. 하늘에 계신 형님과 부모님 모두 기뻐하실 것이 분명하다"며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와 번영이 선배들의 노력과 희생 덕분이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아직 한국전쟁 참전용사 12만명이 이름만 남아있고, 시신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늘 행사를 계기로 더 많은 명예 졸업생이 기억되고 이름이 불리길 기원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막내 정해경씨 학적 증명 노력 결실
"더 많은 명예졸업생 기억되길 기원"


이날 고인의 졸업식에는 재학생의 졸업식도 함께 진행됐다.

70여 년 나이 차를 딛고 졸업 동기가 된 박건영군은 "선배님이 2학년 재학 중일 때 전쟁이 나서 졸업장을 받지 못했는데, 우리도 중학교 2학년에 코로나19가 찾아와 힘든 학교생활을 보냈다"면서 "지금은 흔한 중학교 졸업장이지만 옛날에는 중학교 졸업장이 큰 의미가 있다고 들었다. 선배님과 달리 우리는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고 졸업장이 귀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길종관 인천중 교장은 "재학생들도 특별한 학생과 함께한 이번 졸업식을 잊지 못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재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후배들에게 멋진 모습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학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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