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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재활용품 무더기 도난 '분리수거장 장발장'

서승택 서승택 기자 발행일 2022-01-24 제7면

플라스틱 분리배출 시작 르포 관련
사진은 아파트 분리수거장의 모습. /경인일보DB
 

코로나 장발장은 아파트 분리수거장에도 있었다. 수원의 한 아파트 단지 분리수거장에서 최근 무더기로 재활용품이 도난(?)당한 것이다.


사건 발생은 지난 13일 새벽 5시께. 수원시 팔달구의 한 아파트 주민 김모(58)씨는 70대로 추정되는 노인이 분리수거장에 쌓인 공병을 바삐 담는 모습을 목격했다. 마대로만 두 자루가 넘어 보였다. 노인은 자신의 차량에 병을 가득 담은 자루를 싣더니 순식간에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갔다.

제지할 새도 없었다. 코로나19 사태 후 한껏 늘어났던 재활용 쓰레기가 요새 조금 줄었다고 생각했는데,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김씨는 "아파트 입주민들이 낸 관리비로 전문업체와 계약해 재활용품을 수거한다. 그런데 그렇게 병을 가져가는 것은 명백한 범죄 행위 아닌가"라며 "아침마다 보면 쌓여있던 재활용품이 그전보다 줄었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이럴 줄은 몰랐다. 단지마다 다니면서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리사무소는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지자 사실 확인에 나서는 한편 순찰을 강화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여러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해 재활용품을 훔쳐가는 행위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아침, 저녁으로 순찰을 돌고 있고 필요 시 CCTV를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70대 추정 노인 공병 싣고 사라져
"개인 무단수거 불법 절도죄 해당"


공병을 가져간 노인은 많은 돈을 벌었을까. 오산의 한 재활용업체에 문의해보니 지난 18일 기준 공병 가격은 ㎏당 50원이었다. 소주병 한 개가 290g, 맥주병 한 개가 430g임을 감안하면 소주병은 약 3.5병, 맥주병은 2.5병당 50원을 받는 셈이다.

김씨 말을 토대로 하면 노인은 그 정도의 공병을 챙겨갈 때마다 1만원 전후의 돈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아파트 분리수거장의 재활용품을 무단으로 가져가는 행위는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020년 울산에서 식당 복도에 쌓인 1만원 상당의 빈 병을 훔친 20대가 재판에 넘겨져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2016년에도 전북 군산에서 마트 앞에 있던 공병 100여 개를 훔쳐 4만원 상당을 챙긴 70대 노인이 불구속 입건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파트 내 재활용품은 특정 업체가 비용을 지불해 수거해가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이 무단으로 가져가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며 "타인의 재물을 절취하는 형법상 절도죄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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