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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공감] 설립 10년 맞은 정세현 '함께하는 인천사람들' 대표

정운 정운 기자 발행일 2022-02-09 제14면

함께 할수록 큰 힘… 인천 사회적 은행, 사소한 일까지 챙긴다

인터뷰 공감
소외계층에게 삶의 희망을 주기 위해 2012년 설립된 (사)함께하는 인천사람들이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정세현 함께하는 인천사람들 대표는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생활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동반자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의 경제학자 무함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는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는 1983년 빈민 구제를 목적으로 '그라민은행(Grameen Bank)'을 설립해 빈곤 퇴치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

그라민은행은 마이크로크레디트(빈곤층에게 담보 없이 받을 수 있는 소액 대출)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그라민은행은 설립 이후 방글라데시에서 빈곤 퇴치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 세계로 확산했고, 비슷한 형태의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도 늘었다.

'(사)함께하는 인천사람들(이하 함인사)'은 지난 2012년 '인천 사회적 은행'을 표방하며 설립된 인천형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이다. 올해로 만 10년을 맞았다.

어려운 환경속 성실히 사는 분 볼 때마다 매번 감동 받고 용기 얻어
대출은 끝이 아닌 시작… 지원대상자 9단계 구분 2~3점자들 집중 관리
지난 2년간 대위변제율 1% 발생… 저소득층 기회 만드는 정책 제안


정세현 대표는 2014년부터 함인사 대표를 맡았다. 금융기관과 민간기업에서 근무하던 그는 지역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함인사에 합류했다고 했다.

정세현 대표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성실하고 열심히 사는 분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매번 감동을 받고, 용기를 얻는다"고 말했다.



함인사는 후원을 토대로 저소득층에게 대출을 제공하는 중개 기관이다. 함인사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곳은 전국적으로 5개 정도가 운영되고 있으며, 함인사를 제외하면 모두 서울에 위치해 있다.

함인사는 명칭에서 알려주듯 인천시민을 위한 사회적 은행이다. 이 때문에 대출 대상은 인천시민이다. 김포나 부천, 시흥 등 인근 지역에서 함인사에 대출을 문의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타 지역 시민들은 서울에 있는 다른 기관을 연결해준다고 한다.

함인사는 금융권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담보 없이 저리로 대출을 진행하지만, 원한다고 해서 모두에게 제공하지는 않는다. 생계를 위해 쓰는 자금보다는 창업 자금을 지원하는 형태다. 10년간 함인사는 595명에게 창업을 지원했다. 한 달에 5개 꼴로 창업을 지원한 것이다.

정 대표는 "저소득층 대상 지원이기 때문에 연락이 많이 오지만, '3년간 준비하지 않으면 3년 안에 망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철저히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준비가 충분히 이뤄졌다고 판단될 때 지원 대상으로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원 대상인 분들 대부분이 개인적인 아픔을 가지고 있다"며 "위로와 희망을 주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기도 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업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힘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했다.

정 대표는 '대출'은 '지원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지자체 등이 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한 지원이 이뤄지기는 하지만, 대부분 지원과 함께 활동이 마무리되곤 한다.

그는 "우리는 지원이 나갈 때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원을 받는 분들에게 어떻게 해서라도 살아남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언제든 어려울 때 연락하라는 말을 한다"고 했다.

인터뷰 공감

함인사는 지원받는 이들이 원활하게 정착하고, 심리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매달 전화 등을 통해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전화 인터뷰 등을 통해 지원 대상자의 상황을 파악하고, 이를 9단계로 구분해 관리한다. 가장 잘되고 있으면 9점. 2~3점에 해당하는 이들은 더욱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대출을 받아 사업을 하는 창업자들에게 사업에 관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연락을 하면 도움을 준다.

함인사를 찾는 사람들 중에는 여성 한 부모가정 비중이 꽤 높은 편이라고 한다.

그는 "우리가 지원한 지 얼마 안 되는 여성이 밤 10시에 여성 직원에게 전화한 일이 있다. 이 여성도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 가정이었다"며 "헤어진 남편이 자녀를 데리고 가겠다고 연락을 받고, 혼자 대응할 방법을 찾지 못해 우리에게 연락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을 통해서 변호사를 연결했고, 남편을 대상으로 접근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정 대표는 "사업 준비단계부터, 사후 상담 등 모든 것을 무료로 진행한다"며 "사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아 우리가 직접 해결해 드리기 어려운 부분은 다른 기관과 연결해 도움을 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2020년부터 많은 이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다. 함인사를 통해 창업을 한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함인사는 인천신용보증재단과 함께 대출을 진행한 뒤 이를 보증해주는 방식이다. 대출자가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면 신용보증재단과 함인사가 대출을 대신 상환하게 되는데 이를 '대위변제'라고 한다.

정 대표는 "생계가 어렵다 보니 연락을 피하는 분들도 있다"며 "2018년까지 대위변제가 없었는데, 2020~2021년에는 대위변제율이 1% 정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 대표는 함인사를 찾는 분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애쓴다고 한다. 정부와 지자체 등이 각종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이러한 정보를 알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뷰 공감

그는 또한 올해는 여러 정책을 제안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정 대표는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범 사회적인 차원에서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저소득층에게 일정한 채권을 면제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이는 지자체나 정부가 진행해야 하는 일이며, 이를 위한 정책 제안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함인사는 10년 동안 전액 후원을 토대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저소득층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지원을 받은 이들이 함인사에 후원을 하는 선순환도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다만 한 해 100건 정도 지원이 이뤄지는데, 부족한 측면이 있어 앞으로는 연 200~300건으로 확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를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통반장을 통해 사업 내용을 게시하는 방식으로 홍보하고 있는데, 우리 사업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며 "이는 단순히 함인사 활성화뿐 아니라 인천 지역사회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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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인사'는 목표를 '소외계층의 자활과 정착, 인천시민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는 "우리의 활동이 인천이라는 공동체를 더욱 활성화하고, 성장시키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정운기자 jw33@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 정세현 대표는?

△ 1954년 9월 25일생 / 인천고등학교 졸업
△ 국제대학(현 서경대학교) 법학과 졸업(법학사)
△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PR광고 전공(인문학석사)
△ IBK 기업은행 재직(1977~2010)
△ (주)경인기계 총괄부사장(2013~2014)
△ (사)함께하는 인천사람들 대표(2014~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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