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번에 오십년 만에 평생 처음으로 무대에서 말을 한마디해요. 그동안 단 한 차례도 말을 뱉어본 적이 없었는데, 개인적으로 떨리기도 합니다."(웃음)
오직 몸짓으로만 연기해온 우리나라 1세대 마임배우 김성구(71·사진)가 자신의 마임 인생 처음으로 침묵을 깨고 입(口)으로 말(言)한다.
1973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마임 전문극단인 '73그뒤'를 창단하고, 이듬해 '제1회 침묵극 발표회'를 가진 뒤 시작된 50년 가까운 그의 마임 인생을 통틀어 무대에서 '말'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7일까지 '신촌70' 등 5개 주제 다뤄
마지막날 시인 구상의 '강' 낭송 예정
어린아이가 놀 듯 '일상의 모습' 선봬
김성구 마임배우를 최근 돌체소극장 분장실에서 만났다. 그는 23일부터 27일까지 인천 돌체소극장에서 '김성구, 일상과 마임스페이스'라는 제목으로 5일 연속 무대에 설 예정이다.
'원과 직선의 사이', '액서사이즈', '마임알파벳', '신촌70', '강물도 흐르고 인생도 흐르고'라는 소제목의 순서대로 매일 다른 무대를 선보인다. 그가 무대에서 입을 여는 것은 마지막 날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시인 구상의 시 '강(江)'을 낭송한다.
말을 하는 것 말고도 매일 다른 주제로 5일이나 연속으로 공연을 선보이는 것도 그의 마임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이번 공연은 인천에서 활동해온 마임 2세대인 박상숙·최규호씨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박상숙 대표가 "형님 한번 오셔야죠"했고, 그는 흔쾌히 승낙했다. 지난해 그는 돌체소극장이 마련한 토크콘서트에서 인천 시민과 만난 인연도 있다.
"늙은 몸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겁도 난다"는 그는 이번 무대에서 자신의 인생과 일상의 평범한 모습을 어린아이가 놀듯 솔직하게 보여줄 생각이다.
"이번 공연 제목이 일상과 마임스페이스입니다. 물론 무대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작위적인 일상이겠지만, 인생과 일상을 무대로 옮길 겁니다. 평생 장가도 가보고, 바람도 피워보고 혼자 살아보기도 했습니다. 사적으로는 부끄러운 삶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것들을 한 번 무대에서 다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냥 나를 한 번 놔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그는 나이가 드니 무대에 서는 목적도 바뀐다고 했다. 젊었을 때는 '스타컴플렉스'도 있었고, 솔직히 말하면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의 존재를 내세우고 싶었기도 했다. 그는 그렇게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으로 세상 사람들의 고단한 인생길 그런 것들을 무대에 담는 역할을 자처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고 한다.
"뭐 요즘은 큰 꿈은 없습니다. 돈은 없어도 밥세끼는 먹고 살지요. 그렇게 살아가는 겁니다. 이제는 달라요. 세속에서 서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서로 좋아하게 만드는 게 우리가 무대에 서는 궁극의 이유 아닐까요."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