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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천 근현대 문화유산 보존 방안 필요하다

입력 2022-03-01 19:37

인천은 일제 강점기 조선 노동자 숙소 등 근현대 문화유산이 많은 도시다. 인천은 일본에 의해 강제 개항됐고 개항장에는 각국의 조계(租界)가 형성됐다. 일제는 인천 개항장 일대에 정미소와 군수 공장을 만들어 쌀 등을 수탈하고 조선의 노동력을 착취했다. 조선 노동자들은 일본인보다 적은 돈을 받고 더 힘든 일을 했다. 임금 차별은 물론 구타와 성희롱까지 있었다고 한다. 인천 개항장 일대에 남아 있는 조선 노동자 숙소와 공장 등 일본식 건물들은 이같이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경인일보 기자가 삼일절을 맞아 인천 근현대사 연구자와 함께 중구와 동구 일대 근대산업유산을 둘러봤다. 일제 강점기 인천 지역 노동자들의 흔적을 더욱 깊이 있게 연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었다. 이를 위해선 조선 노동자들의 애환이 담긴 건축물을 보존해 치욕의 역사를 후손들에게 알려야 한다. 또 전문가들이 일제 강점기 조선 노동사를 연구하고, 이를 교육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건축물 보존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많은 건축물 가운데 어떤 건축물을 보존할 것인지 '명확하고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모든 건축물을 보존하면 좋으련만, 인천시 재원이 그리 넉넉하지 못하다. 인천시가 보전을 결정해도 매입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건물주와 가격 협상을 벌여야 하는데, 공공기관은 정해진 방식과 기준에 의해서만 매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건물주가 감정평가보다 비싼 가격을 요구하면 협상이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어려움이 많지만, 보존 가치가 있는 건축물들이 다 헐리는 상황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그 자리에 아파트와 상가 등 고층 건물이 들어선다면, 조선 노동자의 아픔 등 인천의 근현대사 흔적은 사라지는 것이다.

지난달 10일 인천시의회는 '근현대 산업문화유산 보전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인천의 노동·산업유산 보존과 활용을 위해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과 특정한 지역 전체를 박물관처럼 보존·활용하는 '에코뮤지엄' 제도를 도입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근현대 문화유산 보존·활용 방안을 고민하는 사이에 여러 개의 건축물이 사라졌다. 인천시가 올 하반기 '인천형 근현대 문화유산 종합정비계획 수립 용역'을 시작한다고 한다. 이번에는 실질적인 근현대 문화유산 보존·활용 정책이 나와야 하며, 제도의 개선과 신설 및 국비 지원을 정부와 국회에 요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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