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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 시대

이진호 이진호 발행일 2022-04-07 제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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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 인천본사 디지털콘텐츠부 국장
전문 영화제작사가 아닌 IT기업들이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디어 콘텐츠가 극장 상영관이나 방송사가 아닌 OTT 서비스(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옮겨 가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파라마운트 시리즈 최신작인 '미션 임파서블 7' 상영관 개봉일 수를 두고 주인공 톰 크루즈와 제작사 사이의 갈등을 벌이고 있는 이유도 OTT서비스 제공 시기 때문이다. 파라마운트는 극장에서 35일만 상영하고 자회사인 '파라마운트플러스' 플랫폼을 통해 독점 출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톰 크루즈는 제작사에 극장에서 90일간 상영할 것을 요구하며 변호사까지 고용해 논쟁을 벌이고 있다. 기업이 콘텐츠 플랫폼에 뛰어드는 이유는 콘텐츠 독점 공급으로 수익을 더 많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식재산권이 콘텐츠를 독점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 시장은 모바일 기기와 초고속 인터넷망 발달로 급속히 확장하고 있다. 업계에선 올해 전 세계 OTT 시장 규모가 159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시장도 올해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2005년 구글 비디오를 출시한 데 이어 2006년에는 유튜브를 인수했다. 비디오 대여 체인망을 운영하던 넷플릭스는 2007년부터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고, 애플도 같은 해 애플TV를 선보였다. 지난해 12월 디즈니사도 디즈니 플러스를 국내에 진출했다. 아마존 프라임과 중국 아이치이(iQIYI)도 조만간 국내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는 2010년 CJ가 티빙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상파 3사와 SK 합작 플랫폼인 웨이브, 쿠팡플레이, 왓챠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망 등 발달로 시장 급속 확장
성공하려면 우선 탄탄한 스토리 뒷받침 돼야


미디어 콘텐츠로 성공한 최근 사례는 일본 만화 '귀멸의 칼날(총 23권)'이다. 귀멸의 칼날은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일본 내에서만 1억5천만부가 넘게 팔렸다고 한다. 소니는 자회사 '애니플렉스'를 통해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일본 영화사상 최고의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다. 경영난으로 위기에 빠졌던 소니는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을 통해 역대 일본 기업 중 5번째로 연간 순이익 1조엔을 넘어섰다.

미디어 콘텐츠가 성공하려면 탄탄한 스토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기생충'과 '미나리','오징어 게임'에 세계가 열광했던 것도 스토리의 힘이 컸기 때문이다. 스토리하면 빼놓을 수 없는 해리포터의 작가 J. K. 롤링은 해리포터 시리즈 이후 스핀오프(오리지널 영화나 드라마를 바탕으로 새롭게 파생되어 나온 작품)로 해리포터 윗세대 마법사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신비한 동물 사전 시리즈를 펴냈다. 이와 같은 스토리 전개는 이미 스타워즈가 한발 앞섰다. 스타워즈는 9편의 시리즈와 2편의 스핀오프로 가상의 공상과학영화를 하나의 '우주 서사'로 엮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번째로 하드웨어와 콘텐츠간 유연성 필요
한국적인 '스토리'가 더 많이 알려지길 기대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 성공의 두 번째 요소는 하드웨어와 콘텐츠 간의 '유연성'이다. 애플은 모든 제품이 하나의 운영체계로 연동되는 '애플 생태계'를 구축했다. 애플은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을 통해 클라우드, 신용카드, 음악, 뉴스, OTT, 게임 등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애플이 지난달 25일 '애플TV'를 통해 방영한 드라마 '파친코'가 전 세계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소설 파친코는 지난해 전미(全美) 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뉴욕타임스와 USA투데이, 영국BBC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히는 등 미국 출판계를 뒤흔들고 있다.

애플은 4대에 걸친 한국인 이민사를 다룬 이 드라마에 1천억원을 투입했다. 첫 상영 이후 외신들의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 1화 무료 공개에 국내에서도 540만뷰를 기록할 정도로 반향이 뜨겁다. 미국 영화산업계가 백인이 아닌 한국 배우(윤여정, 이민호)를 비롯해 다양한 국적 출연진을 구성하고, 한·미·일 3개 언어로 제작한 것도 이례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탄탄한 스토리와 흥미 요소를 갖춘 K팝, 영화, 드라마, 소설, 웹툰, 예능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콘텐츠에 세계인들이 열광하고 있다. 외국에 거주하는 한인 창작자들의 대우도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한국적인 '스토리'가 세계적인 공급망을 갖춘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이 알려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진호 인천본사 디지털콘텐츠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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