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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원조 한류스타 '강수연'

윤인수 윤인수 논설실장 발행일 2022-05-09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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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우리가 찾은 것은 무엇인가/ 잃은 것은 무엇인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오늘 우리가 찾은 것은 무엇인가/ 잃은 것은 무엇인가 남은 것은 무엇인가" 조용필의 절창 '어제, 오늘, 그리고'의 한 대목이다. 한 시대의 문화와 규범은 "여기 길 떠나는 저기 방황하는 (그 시대)사람"들이 남긴 시간의 축적이다. 한시대를 대표하는 인물과의 영원한 작별은 동시대 사람들에게 특별한 감회를 남긴다.

최초의 월드스타 강수연이 지난 7일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났다. 지난 5일 뇌출혈 증세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수술조차 할 수 없는 상태 그대로 하늘의 별이 됐다. MZ세대에겐 낯설어 데면데면한 뉴스일테지만, 586세대에겐 동시대를 같이 살아 온 스타의 요절이 황망하고 충격적이다.

1980년대 한국 영화계는 아시아는 물론 동아시아권도 벗어나지 못한 수준이었다. 1987년 강수연이 영화 '씨받이'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때까지만 해도 대중에게 베니스 국제영화제는 생소했다. 다만 한국 배우가 세계 3대 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당당히 밟는 모습에 열광했다. 1987년 모스크바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강수연'은 대한민국 문화의 독보적인 '월드클래스'가 됐다. 수상작 '아제아제 바라아제(가자 가자 넘어가자)'의 뜻대로 한국 영화는 강수연을 통해 세계의 벽을 넘었다.

그녀의 영화 사랑은 대단했다. 아역 스타 시절을 벗어나 성인이 돼서는 TV 드라마 출연보다는 영화에 전념했다. 2013년 단편영화 '주리'를 마지막으로 배우로서 침묵했다. '다이빙벨' 파문으로 부산국제영화제가 위기에 빠지자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수습에 나섰다가 상처도 받았다. 고단한 영화판에서 고생하는 후배들 사랑도 각별했다. 후배들에게 늘 "우리 영화인이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며 격려하고 독려했다. 이 말을 기억한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의 주인공 서도철의 대사로 오마주했다.



1966년 생 강수연이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때 나이가 스물한살이고, 1947년 생 윤여정은 일흔넷의 나이로 지난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강수연의 잠재력을 기대했을 동시대인에게 그녀의 돌발적인 타계가 안타깝다. 강수연의 마지막 유작 '정이'가 넷플릭스로 개봉할 예정이란다. 은막에서는 불멸인 배우의 특권을 오래오래 누리기 바란다.

/윤인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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