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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인생 속 위로·용기를 주는 두 소년의 우주여행… 뮤지컬 '은하철도의 밤'

구민주 구민주 기자 발행일 2022-06-02 제15면

조반니와 캄파넬라의 여행 [공연리뷰]

팬데믹 시대 사람들은 대면하지 못했고 감정은 억눌려왔다. 어쩌면 우리에게 닥친 어려움과 힘듦도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야 했을지 모른다. 그러한 현실에서 흔하면서도 가장 와닿는 말은 "괜찮다"였다.

뮤지컬 '은하철도의 밤'은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용기'라는 단어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괜찮다. 잘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품은 미야자와 겐지의 소설 '은하철도의 밤'을 각색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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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은하철도의 밤' 공연 모습.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미야자와 겐지의 소설 '은하철도의 밤' 각색
은하철도 999 타고 여행과정 흥미롭게 담아

이탈리아의 작은마을. 앞을 보지 못하는 조반니는 아버지가 실종된 후 인쇄소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며 하루하루 고되게 살아간다. 그가 사는 마을에는 7년마다 열리는 은하수 축제가 있는데, 그즈음 조반니는 어렸을 적 헤어졌던 친구 캄파넬라를 다시 만났다.

축제에 가자는 캄파넬라의 제의를 거절하고 인쇄소로 가는 길에 마음을 바꾼 조반니. 하지만 축제현장에서 그를 비웃는 소리와 수군거림에 방향 감각을 잃고 정신마저 혼미해졌다. 그때 캄파넬라의 손을 잡은 조반니는 어느새 은하철도 999를 타고 은하수를 지나고 있었다.

작품은 조반니와 캄파넬라가 함께 은하 정거장을 출발해 북십자성과 거문고자리, 독수리자리, 전갈자리, 켄타우루스자리를 지나 남십자성까지 여행하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캄파넬라는 승무원 캄파넬로, 고고학자 캄파넬리, 새를 잡아서 파는 캄파넬루, 승객 캄파넬리우스 등으로 변하며 은하와 별자리에 얽힌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그와의 놀이가 마음에 들었던 조반니 역시 즐겁게 여행에 동행한다.



하지만 이 여행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극이 전개될수록 조반니의 트라우마 혹은 자신을 가둬놓고 있던 마음속 거대한 장애물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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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은하철도의 밤' 공연 장면.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잘해낼 거야
지금껏 그래 왔듯이

아버지가 사라진 이유이면서, 조반니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마주하고 이겨내야 하는 시련들이다. 도망치거나 숨을 필요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 캄파넬라는 "잘해낼 거야. 지금껏 그래 왔듯이"라며 조반니를 응원한다.

공연의 넘버가 묘사하는 장면들을 유심히 듣다 보면 그 현장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은 아름다운 상상을 하게 된다. 시력을 잃은 조반니가 캄파넬라의 손을 잡고 걷거나 얼굴을 만지는 일, 또 서로를 안아서 그 존재와 마음을 확인하는 행동들도 따뜻하다.

초연에 이어 이번 앙코르 공연에도 함께한 조반니 역의 박정원, 김리현, 정지우와 캄파넬라 역의 정상윤, 윤승우, 박좌헌은 각각의 인물을 매력적이고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어느 페어를 봐도 만족도가 높다.

'행복해지겠다'는 조반니의 말이 감동적이었던 이유는 아마도 우리가 하고 싶고, 듣고 싶었던 말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긴 여정 후 조반니와 캄파넬라가 손으로 붙잡아 무대 가득 흩뿌려주는 별빛은 공연이 끝나고도 한동안 깊은 여운을 남게 한다. 은하철도의 밤 앙코르 공연은 드림아트센터 3관에서 6월 18일까지.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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