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분도론은 지난 수십년 동안 대선, 총선, 지방선거에서 경기도 단골 선거 이슈였다. 경기 북부 유권자를 의식해 후보들은 분도를 주장하거나 반대하고 혹은 신중론을 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유야무야 됐다. 광역 행정구역을 분할하는 현실적인 작업이 지난한 데다, 분할의 효과도 확신할 수 없었다. 정치적으로는 분도를 주장하는 경기북부 정치세력이 소수였던 탓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경기 분도가 사뭇 진지한 현안으로 등장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의 선거 공약이기 때문이다. 김 당선인의 분도 의지는 선명하다. 규제를 없애고 투자가 집중되면 대한민국에서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곳이 경기북부라는 것이다. 그래서 단순한 분도가 아닌 '경기북부 특별자치도'로 독립시키겠다고 한다. 거대 경기도지사의 정치적 이점을 포기하고 지역 발전과 대한민국 성장이라는 큰 그림만 보는 합리적 결단으로 평가할 만하다.
공약 실천을 위한 계획은 구체적이고 입체적이다. 지사직 인수위원회에 경기북부 특별자치도 추진 특위를 구성한 뒤, 임기가 시작되면 공론화 과정에 돌입해 연말 안에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로드맵을 언론에 공언했다. 최종 목표는 임기내 경기북부 특별자치도법 제정이라 한다.
김 당선인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분도이든 경기북부 특별자치도이든 최종적인 결론은 국회 입법으로 결정된다. 그동안 경기북부의 분도 의지는 영·호남, 충청·강원 정치권의 지방균형발전론에 의해 좌절됐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경기북부가 수도권 신생 광역단체로 독립하면 정부재정과 민간투자와 인구가 집중돼 지방균형 기조를 붕괴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런데 각종 개발규제에서 열외시키는 특별자치도로 독립한다면 지방 정치세력의 반대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선거 후면 유야무야 됐던 분도론을 진지하게 밀어붙이려면 최종적인 입법까지 담보할 수 있는 실행계획이어야 한다. 경기도는 분도를 위해 할 만큼 했는데 국회에서 반대하니 방법이 없다고 주저앉으면, 분도를 희망했던 민심의 박탈감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공론화 및 주민투표에 이르기까지 분도의 경제·사회·행정적 장단점을 보여줄 수 있는 과학적인 자료를 모두 펼쳐 놓고, 입법 가능성 및 전략에 대한 이성적 토론 마당을 깔아주어야 한다. 도민들이 분도를 과학적이고 이성적으로 인식해야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