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인천 학익여고 주차장에서 발견된 천연기념물 204호 팔색조. 2022.5.30/호예리 학생 제공 |
천연기념물은 일반 가정에서 보호할 수 없어 팔색조를 처음 발견한 장소에 다시 데려다 놓아야 했지만, 하룻밤 동안 새를 보호하겠다는 호양의 요청에 협회도 동의했다고 한다.
호양은 "팔색조를 학교에 다시 데려다 놓으면 더 위험한 상황에 놓일 것 같아 하루만이라도 집에서 돌보겠다고 했다"며 "새벽까지 팔색조를 돌보다가 잠이 들었는데, 다음 날 아침에 팔색조가 날갯짓하면서 기운을 차린 걸 보고 뿌듯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인천 학익여고 1학년 호예리양
주차장에서 '천연기념물' 구조
건강 회복… 조만간 방사 예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팔색조는 경남 거제와 남해 등 주로 남쪽 해안에 서식하는 여름 철새라고 한다. 매년 5~7월이 알을 낳는 시기인데, 조류보호협회 측은 호양이 발견한 팔색조가 번식지를 찾기 위해 이동하다가 인천까지 올라온 것으로 보고 있다.
조류보호협회 권혁두 사무총장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팔색조를 보기가 매우 힘들다"며 "기후변화로 수도권 지역의 기온이 상승하다 보니 팔색조가 원래 머물던 지역에서 올라와 둥지 지을 곳을 찾다가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뇌진탕 증세를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이 잘 돌봐준 덕분에 팔색조는 건강을 완전히 회복했으며 조만간 서식하기 좋은 환경으로 방사될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 학익여고 본관 건물 유리창에는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가 부착된 상태다. 호양이 팔색조를 발견하고 보살핀 사실을 학교에 알리면서 스티커 부착을 건의한 것이었다.
수의사가 꿈이라는 호양은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팔색조를 하루 동안 돌봤다는 게 매우 신기하다"며 "새들이 다치지 않게 보호 스티커를 붙여주신 학교 선생님들께도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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