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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스토리] 물류산업, 비약적 성장… 시장 '과열 경쟁' 양상까지

강기정
강기정 기자 kanggj@kyeongin.com
입력 2022-06-16 18:50 수정 2022-06-19 10:35

코로나로 몸집 키운 물류·택배… 총파업 한번에 '발꼬인 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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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 2년은 물류산업의 비약적 성장을 가져왔다. 일상의 대부분을 터치 한 번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된 데는 모두가 잠든 새벽시간 바쁘게 움직이는 물류배송 차량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근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물류가 멈추자 산업 전반이 흔들렸던 점도, 물류가 곧 개인의 일상과 산업의 주축이 된 지금의 상황과 무관치 않다. 와중에 물류산업이 비대해지자 시장은 과열 양상을 띠는 모습이다. 
급성장한 물류시장…물류가 멈추자 산업이 흔들렸다

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국내 물류시장의 총매출, 물류기업 수, 종사자 수 등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택배시장 규모 역시 연평균 10%씩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이동이 제한되자 대신 온라인상에서의 거래 등이 활발해진 점은 이 같은 물류시장 성장세에 더욱 불을 붙였다.


당장 일상에서도 많은 부분이 물류를 기반으로 한 비대면·온라인 서비스로 채워지고 있다. 먹거리는 전날 저녁에 주문하면 새벽에 문 앞에 배송돼있고, 빨래는 문 앞에 내놓으면 이틀 뒤에 다림질까지 완료된 채로 현관 앞에 도착해있다.

냉장고처럼 매우 큰 가전제품부터 면봉 같이 아주 작은 생활용품까지 택배로 배송되지 않는 물품이 없다. 해외직구도 한결 수월해져 웬만한 영양제는 국내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해외사이트에서 구매한다. 

이동 제한에 비대면·온라인 서비스 활발… 택배 '연평균 10%' 성장세
화물연대 파업으로 레미콘공장 90% 중단·수출기업 계약취소 등 빨간불
14일 종료에도 일부 파업 지속 탓 주류 출고 차질에 '소상공인 발동동'
'배송기사 확보 경쟁' 쿠팡 직원수 대형마트 추월 '유통 주도권' 온라인으로
배송차량 지입시장도 과열… 운송업체-온라인카페 간 다툼 법정 공방도
2면 화물연대 파업
7일 오전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앞에서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가 총파업 출정식을 하고 있다. /경인일보DB

이런 상황 속 지난 7~14일까지 진행됐던 화물연대의 총파업은 한껏 높아진 물류시장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했다. 국내 화물 운송량 중 도로 운송이 90%를 차지하는 만큼 파업의 여파는 막대했다.

물류가 멈춰서자 건설현장이 일순간 중단됐고, 물건을 실어야할 배 역시 하릴없이 부두에 묶였다. 가게에도 물건이 들어오지 못해 손님을 맞아야 할 상인들의 속이 타들어갔다.

가장 먼저 빨간 불이 켜졌던 곳은 건설 현장이었다. 화물차들이 시멘트 운송에 나서지 않자, 레미콘 업체들도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전국 1천여개 레미콘 공장 중 90% 이상이 가동을 멈췄다. 철강과 석유화학 업체들도 출하량이 급속도로 낮아졌다.



수출 기업들도 피해를 입었다. 생산한 물건을 배 등에 실어 국외로 보내야 하는데, 화물차들이 멈춰 물건을 배까지 보낼 수 없던 것이다. 결국 계약이 취소되고 납기를 놓친 수출 기업들이 속출했다.

코로나19로 2년간의 고비 끝에 손님맞이에 한창인 소상공인들 역시 물류 중단에 지난 1주일간 발을 동동 구르긴 마찬가지였다. 여름철 성수기에 물건이 들어오지 않아 손님을 놓칠까 노심초사했던 것이다.

화물연대 총파업은 지난 14일 종료됐지만, 여전히 하이트진로 일부 공장에선 파업이 지속되고 있어 참이슬 등 일부 주류 출고에는 차질이 있는 상황이다.

올해 초 3개월가량 이어졌던 CJ대한통운 노조의 택배 파업 역시 높아진 택배 의존도를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진행됐던 CJ대한통운 택배 파업은 코로나19 기간 택배 물동량이 20% 이상 급등해 택배 노동자들의 업무가 확연히 늘었음에도 인력과 처우는 제자리에 머무르면서 발생했다.

파업 장기화에 택배 배송이 기약없이 미뤄지자 소상공인들은 애를 태울 수밖에 없었다. CJ대한통운 택배가 멈추니 다른 택배 역시 지연돼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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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평택항 부두에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경인일보DB

 

비대해진 산업, 과열 양상 띠는 시장
물류산업이 성장세를 보이자 시장 규모 역시 날로 팽창하고 있다. 물류의 핵심인 배송 기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이들의 관심도 나날이 높아지는 추세다.

이를테면 물류업계 대표 기업인 쿠팡은 배송 기사인 '쿠팡친구(쿠팡맨)'를 직고용하고 처우와 복지에 꾸준히 중점을 두는데, 이는 이 같은 업계 사정과도 무관치 않다. 배송 기사와 차량 확보에서 우위를 점해야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쿠팡의 직원 수는 지난해 처음으로 대형마트 3사 직원 수 합계를 추월했다. 코로나19 기간 국내 유통·물류시장의 주도권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본격적으로 넘어갔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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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으로 건설업계가 타격을 받고있는 가운데 13일 경기도내 한 신축공사장 모습. /경인일보DB

지입 시장 역시 급성장한 물류 산업과 맞물려 과열 양상을 띠는 추세다. 다수의 운송 기사들은 영업용 번호판이 부착된 배송용 차량을 운송업체로부터 구입한 후, 운송업체가 계약한 물류회사에서 배송 일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운송업체가 기사에게 차량을 지나치게 비싸게 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가 하면 계약 조건보다 노동 강도가 과하거나 실제 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 등으로 업체와 기사간 분쟁이 곳곳에서 발생하는 실정이다.

온라인상에서도 자신의 분쟁 사례가 지입 사기에 해당하는지 문의하는 글 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다툼은 법정 공방으로 치닫기도 한다. 일례로 A운송업체의 경우, 지입차 기사들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카페인 B사이트와 소송 중이다.

B사이트는 A업체측의 영업 방식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A업체는 이런 행위가 "우리 업체의 영업 방식에는 문제가 없지만, 기존에 A업체와 계약한 기사들에게 공연히 불안감을 조성해 다른 업체와의 재계약이나 금전을 목적으로 상담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A업체가 B사이트에 우호적이지 않아, B사이트에서 의도적으로 기사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해 계약 해지를 유도한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이에 대해 B사이트 측은 "A업체 측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A업체의 영업방식을 지적한 점은 여러모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그렇게 한 것이다. A업체와 계약한 기사들이 문의를 해오는 경우 아는 범위 내에서 이야기를 했다. 일부 법리적 대응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때는 그런 방법을 이야기해줬을 뿐이다. 오히려 A업체 측에서 기사들을 앞세워 사실무근의 주장을 제기하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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