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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염색 샴푸

홍정표
홍정표 논설위원 jph@kyeongin.com
입력 2022-08-08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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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모다'

머리를 감기만 해도 흰머리가 변색하는 염색 샴푸 제품 '모다모다 프로체인지 블랙샴푸'는 이해신 카이스트 교수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이 교수는 껍질을 벗긴 바나나가 자연상태에서 갈색으로 변하는 '갈변 작용'에 주목했다. 2016년 화장품 기업 '비에이치랩' 배형진 대표에 제품 개발을 제안했다. 머리를 감는 과정에서 모다모다 샴푸의 폴리페놀 성분이 남아 산소와 결합해 모발 색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대량 생산에 돌입했다.

출시되자마자 흰머리와 새치가 고민이던 중·장년층을 사로잡았다. 감기만 하면 저절로 검은 머리가 된다는 기적 같은 현상을 몸소 체험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제품은 출시 5개월 만에 100만개가 팔렸고, 1년간 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입소문이 퍼지며 홈쇼핑에서 완판 행진을 했고, 매장에선 품귀현상을 빚었다.

하지만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체에 해로운 성분이 포함됐다며 안전성을 문제 삼은 것이다. 식약처는 모다모다 샴푸의 핵심 성분인 '트리하이드록시벤젠(THB)'의 유해성이 우려된다고 판단, 사용 금지목록에 추가하기로 했다. 회사는 이를 반박했고, 중재에 나선 정부 규제개혁위는 재검토를 지시했다. 검증 위탁을 받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검증위를 꾸리고, 평가한 결과를 내놓기로 했다.



모다모다와 식약처가 다투는 사이 대기업들이 갈변 샴푸시장에 뛰어들었다. 아모레퍼시픽의 '려 더블 이펙터 블랙 샴푸'는 검은콩에서 추출한 '블랙 토닝' 성분으로 새치를 어둡게 코팅시킨다. LG생활건강 '리엔 물들임' 샴푸도 비스름하다.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일 때 주황색 염료가 더 선명하고 오래가도록 백반을 매개체로 활용하는 점을 응용했다. 로드숍 브랜드 토니모리의 '튠나인'은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을 미세하게 쪼개 머리카락 깊숙이 스며들게 하는 원리다.

모다모다와 식약처가 2라운드 난타전이다. 미국식품의약품안전청(FDA)의 THB 성분 분석과 관련, 서로 거짓말을 한다며 진실 공방이 치열하다. 모다모다는 약이 오른 표정이고, 식약처는 괘씸하다며 단단히 벼르는 양상이다. 갈변 샴푸시장 판도는 안갯속이다. '대기업 진입을 위해 식약처가 시간을 벌어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국가권력의 완력은 때로 본질을 넘어선다. 사실이 아니기 바란다.

/홍정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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