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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경기] 양주 백석읍 주민공동체 '도농 화합'

최재훈
최재훈 기자 cjh@kyeongin.com
입력 2022-09-04 21:38

노인공경·환경보호 '한마음'… 마을·단지 경계 허문 '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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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농촌마을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힘을 합쳐 '살기 좋은 고장'을 만드는 곳이 있다. 이들은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실천하며 도농복합도시가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준다.

농촌과 도시 풍경이 공존하는 양주시 백석읍은 코로나19가 심각했던 시기에도 활기를 잃지 않았다. 오히려 주민들로 구성된 각종 사회단체는 평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다. 아파트 단지에서는 홀몸노인들의 끼니를 챙기고 농촌에서는 환경 살리기로 눈코 뜰 새 없는 일정이 이어졌다. 이들의 활동에는 농촌과 도시의 경계가 없다.

이곳이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이 지역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전형적인 농촌의 티를 벗지 못했다. 1990년대부터 서울과 인근 대도시로 사람이 하나둘 빠져나가며 서서히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던 곳이 2001년 자연부락들을 합쳐 백석읍으로 승격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000년대 중반부터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며 아파트 단지와 농촌 마을로 나뉘기 시작했다.

자연부락 19개·공동주택 17개 里로 비슷
대규모 산단 조성에 정체성 혼란·부조화

현재는 자연부락 19개 리, 공동주택단지 17개 리로 비슷한 규모를 이루고 있다. 농촌마을과 아파트 단지는 생활상부터 달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백석읍에는 아파트뿐 아니라 대규모 산업단지가 앞다퉈 들어서며 지역의 정체성 혼란과 부조화라는 도농복합지역의 전철을 밟아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곳은 조금 다른 방향의 변화를 보이며 공동체 활동을 통한 도농의 조화라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 마을의 복지를 위해 뭉친 공동체


사실 백석읍은 노인 인구 비율이 여전히 높아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농촌 인구의 고령화가 인구 유입의 효과를 상쇄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탓에 자식을 도시로 떠나보내고 배우자마저 잃고 홀로 사는 노인이 늘고 있다. 일부는 평생 해오던 농사일을 정리하고 도시로 이주하기도 한다.

지역에 인구 고령화의 그늘이 짙게 드리우자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을 돕기 위해 주민들이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백석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대유행 시대 지역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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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시 백석읍 주민공동체는 매년 지역의 생일을 맞은 어르신들에게 생일상을 차려 드리는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양주시 백석읍 제공
 

농촌 고령화로 홀로사는 어르신들 증가세
지역사회보장協, 도시락·명절 음식 나눔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던 노인 급식이 끊기자 주민들이 직접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했고 명절에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가정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따뜻한 명절 음식을 전했다. 이들의 봉사에는 지역학교와 학생들도 동참해 힘을 보태고 있다.

주민들의 봉사가 알려지자 지역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들도 각종 후원에 나섰고 이제는 아예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생일을 맞은 지역 홀몸 어르신에게 생신상을 차려 드리며 안부를 챙기는 건 지역의 전통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 주민들이 지키는 자연환경


우리나라 농촌이라면 빠지지 않는 단체가 새마을부녀회다. 이곳에서도 새마을부녀회는 농촌 지키기에 앞장서고 있고 내 고장 환경보호 활동에도 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백석읍 새마을부녀회는 환경오염의 파수꾼으로 특히 하천 살리기에 적극적이다. 백석읍에는 큰 하천은 없지만 홍죽천, 연곡천, 방성천 등 작은 지류가 곳곳에 흘러 지역의 운치를 더해준다.

새마을부녀회 'EM 흙공' 하천 정화에 활용
주민단체들 '민관 합작' 도로 곳곳에 화분


자연 풍광이 워낙 좋다 보니 이곳에는 '국립 아세안 자연휴양림'도 자리해 있을 정도다. 이들은 지역의 하천을 살리기 위해 매년 'EM 흙공'을 만들어 하천에 대량으로 투입한다. 흙공은 수질을 개선하고 유해균을 없애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하천 정화에 자주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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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시 백석읍 주민 공동체는 도로 곳곳에 마련한 화분에 계절별 꽃을 심어 도시미관을 조성하고 있다. /양주시 백석읍 제공

환경정화 활동은 농촌뿐 아니라 아파트 단지가 모여 있는 도시지역으로도 번지고 있다. 여기에는 새마을부녀회와 함께 각 마을 주민단체들이 참여해 큰 힘을 만들어 내고 있다.

올해 백석읍 도로 곳곳에는 계절별로 색다른 화분으로 가득 채워져 도시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 모두 백석읍과 주민들이 힘을 합친 민관 합작품이다.

백석읍에 산재한 군부대 벽면에 그림을 그려 넣어 마을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주민제안이 주민참여예산에 반영돼 벽화가 그려지면서 칙칙했던 군부대 담벼락이 마을을 화사하게 밝히는 배경화면으로 변신했다.

올 추석 명절을 앞두고 주민들은 백석읍 거리 곳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될 대청소 준비로 부산하다. 여름철 집중호우를 틈타 무단으로 버려진 각종 쓰레기와 무성해진 잡초가 대청소기간 깨끗이 청소될 예정이다.

■ 주민들 손으로 이뤄낸 휴식공간 조성


백석읍의 주민공동체는 공동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을 해내며 그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올해 5월 '백석읍의 비경'이라 불리는 기산저수지에는 저수지 주변을 따라 산책할 수 있는 산책로가 조성돼 주민들에게 개방됐다. 이 산책로 조성은 백석읍뿐 아니라 양주 시민 전체에 반가운 소식이었다.

'기산저수지 산책로' 함께 관철해 5월 개방
'하얀 돌 마을 정원' 道 우수마을정원 영예


빼어난 경치를 뽐내는 기산저수지를 좀 더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는 산책로의 필요성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으나 주민공동체가 나서기 전까지는 이런저런 이유로 그저 계획에만 그칠 수밖에 없었다. 주민들은 산발적인 의견 제기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공동체를 통해 의견 관철을 시도했고 결국에 성공하게 됐다.

기산저수지산책로
올해 5월부터 운영 중인 기산저수지 산책로. 산책로를 따라 기산저수지를 구석구석 둘러볼 수 있다. /양주시 제공

주민들의 이런 단결된 힘은 앞서 백석읍의 정원이 된 '하얀 돌 마을 정원'에서도 발휘된 적이 있다. 하얀 돌 정원은 주민들의 '힐링 공간 조성 프로젝트'로 추진됐고 주민들이 정원 구상에서부터 가꾸기까지 모든 과정에 관여했다.

정원에는 계절별 꽃들로 장식됐고 아이들이 이곳에서 놀 수 있도록 바닥에 땅따먹기, 오징어 게임 등을 할 수 있는 그림도 그려 넣었다. 이렇게 주민들이 정성 들여 가꾼 하얀 돌 마을 정원은 지난해 경기도 우수 마을 정원으로 선정되는 영예도 얻었다.

백석읍 관계자는 "백석읍은 양주시에서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지역으로 달라진 환경 속에서도 주민들의 화합과 단결로 그 전통을 보전하는 것은 지역 발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주/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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