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가기

문해력 저하 논란속 '한권 읽기' 교과과정 사라지나

김산
김산 기자 mountain@kyeongin.com
입력 2022-09-15 20:20 수정 2022-09-15 21:23

x2.jpg
교육부가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서는 '한 권 읽기'와 관련한 내용이 대폭 축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경기도 내 한 작은도서관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학교 현장의 호응을 받는 '한 학기 한 권 읽기'(이하 한 권 읽기) 교육과정이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서 제외된 것으로 나타나 경기도 국어 교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학기 중 한 달 동안 의무적으로 교과서가 아닌 단행본 책으로 수업하는 국어과 교육과정으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처음 제시돼 2018년부터 교육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문제풀이 방식에서 벗어나 책 한 권을 완전히 소화하도록 정규 수업시간에 책을 읽히고 독서토론 등 관련 활동을 진행한다.

그런데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서는 '한 권 읽기'와 관련한 내용이 대폭 축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 2022 개정 시안에서 제외
경기도 국어 교사 중심 반발 확산


지난달 30일 교육부가 개설한 '국민참여소통채널'에 공개된 국어과 시안에는 현행 교육과정 문구 중 "한 권의 책을 완독하는 습관", "한 학기에 적어도 한 편의 글을 읽는다" 등의 표현이 성취 기준에서 삭제됐다.

'교수학습 및 평가' 항목에서도 물리적으로 한 권 읽기 활동의 시간과 공간을 보장하는 문구들이 이번 개정안에서는 사라졌다.



이에 해당 시안이 발표된 '국민참여소통채널'에는 정책 폐지를 반대하는 댓글이 잇따라 달리고 있다. 가뜩이나 문해력 저하가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데, 긴 호흡으로 온전히 한 권을 소화하는 독서교육이 빠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현장의 국어 교사들도 입장은 마찬가지였다. 도내 한 고교 국어 교사 A씨는 "국어 수업을 통해 책 한 권을 처음으로 끝까지 읽어봤다는 학생들이 정말 많다. 생활기록부에 독서 활동을 반영하지 않게 된 영향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 권 읽기' 정책 연구진으로 참여했던 의정부 광동고등학교 송승훈 교사는 "부유한 가정과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가 독서율"이라면서 "경기도처럼 지역 내 격차도 문제일뿐더러,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문화자본 차이도 큰 것을 감안하면 전국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학교 현장에서도 '한 권 읽기'의 효능을 체감하고 있다는 점을 폐지 반대 근거로 내세운다. 실제로 광주교대 서수현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2019년 전국 초중등 교사 4천855명 중 76.6%는 한 권 읽기 정책을 유지하거나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참여소통채널' 폐지 반대 잇따라
연구진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냐"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서는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을 체험한 학생의 독서량(41.2권)이 체험하지 않은 학생(22.4권)에 비해 1.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교육과정 연구진은 아직 검토 중인 단계라는 입장이다. 연구 관계자는 "정책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고 명시적으로 취지가 드러나도록 수정을 거치고 있으며, 추후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 수렴을 거쳐 확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




# 키워드

경인 WIDE

디지털스페셜

디지털 스페셜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

더 많은 경기·인천 소식이 궁금하다면?

SNS에서도 경인일보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