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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주먹 날아올지 몰라… '호신술' 익히는 구급대원들

배재흥
배재흥 기자 jhb@kyeongin.com
입력 2022-09-14 20:00 수정 2022-09-1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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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DB
 

지난 1월15일 오전 1시16분께 여주시의 한 모텔에서 A(42)씨가 술을 마신 상태로 자해를 하고 있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경찰과 함께 공동대응에 나선 119구급대원은 모텔 3층 복도에서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는 남성을 발견하고 즉각 응급처치를 했다.


A씨는 이후에도 계속 난동을 부려 결국 경찰에 연행됐는데, 불똥은 응급상황에 대비하고 있던 구급대원에게 튀었다. A씨가 연행 과정에서 머리로 구급대원의 코를 가격한 것. 구급대원을 다치게 한 혐의로 입건된 A씨는 결국 법원으로부터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현장에 출동한 119구급대원들이 영문도 모른 채 폭행을 당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이후에는 구급대원을 상대로 한 폭행 사건이 급증하는 추세다. 현장 대원들은 언제, 어디서 날아들지 모르는 주먹을 피하고자 '호신술'까지 익혀야 하는 처지다.  


상반기 구급대원 폭행 41건
거리두기 해제 이후 2배 ↑


14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1~6월)에 발생한 구급대원 폭행 사건은 모두 41건으로, 폭행 피해를 입은 구급대원은 4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발생한 폭행 피해(18건·24명)와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가해자 유형은 이송환자가 33건(80.5%)으로 가장 많았고, 보호자(4건), 목격자(1건)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술에 취한 '주취자' 폭행 사건이 35건(85.4%)으로 빈발했다. 폭행 피해를 입은 구급대원 증 절반 이상은 전치 2주 진단을 받았고, 3주 이상 진단을 받은 피해 대원도 4명이나 있었다.

이처럼 올해 상반기 구급대원 폭행 사례가 급증한 배경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라 증가한 술자리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이후인 5월과 6월 각각 9건의 폭행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85%는 주취자로 인한 피해
소방재난본부 '무관용 원칙'


도 소방재난본부 측은 구급대원 폭행 사건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도 소방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도 소방 관계자는 "폭행 피해 예방을 위한 사전 안전교육, 신체방어 교육을 하고 있고, 폭행 사건이 벌어지면 피해 대원들에게 법률, 심리 지원 등도 하고 있다"면서 "시민들이 구급활동에 협조하고, 구급대원에게 폭행을 가하면 안 된다는 인식을 만들어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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