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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뉴스분석] 김동연의 '기회소득', 이재명의 기본소득과 다르다

공지영
공지영 기자 jyg@kyeongin.com
입력 2022-09-24 10:17 수정 2022-09-25 14:45

"무조건 아닌 '조건' 매우 중요"
"개념 아예 다른 별개의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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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제363회 경기도의회 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새로운 정책화두로 던진 '기회소득'을 정의하면 이렇다. 공동체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가치'를 생산했지만 이를 인정하는 사회적 환경·기회가 부족하거나 박탈돼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사회가 그 가치를 인정하고 일정 기간 소득을 보전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식으로 정당한 보상을 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생산활동이 지속될 수 있고 공정하면서도 효율적인 사회의 자원배분도 가능할 수 있다.

이 같은 개념 하에 김 지사는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화예술인 기본소득 지급을 '문화예술인 기회소득'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정책을 구체화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회소득 첫 타자는 문화예술인

김 지사가 임시회 도정질의에서 처음 언급한 기회소득은 '기회의 경기'를 표방한 민선8기 도정방향과 무관치 않다. 김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도지사를 취임할 때부터 기회를 강조했다. 부총리로 공직을 마무리하고 2년 넘게 전국에서 만난 많은 분들이 겪는 어려움이 기회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많은 기회가 우리 사회의 역동성을 높이고 더 고른 기회가 양극화를 줄여 포용과 상생의 공동체로 나가는 길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기회소득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장 먼저 도내 문화예술인을 기회소득의 대상군으로 꼽았다. 그는 "기존 예술인 창작지원금은 재난지원성 성격의 1회성 지원에 불과하다. 예술창작 활동을 했지만 시장의 인정을 받지 못해 보상을 못 받은 문화예술인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도 관계자는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통해 우리는 문화를 향유하며 여가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예술시장에서 이들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는 과정은 길고 어렵다. 그래서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해야 하거나 포기하는 일들도 많다"며 "일정수준의 문화창작활동을 한다면 그 사회적 가치를 인정해 일정 기간 동안 소득보전의 기회를 제공해 창작활동을 지속하는 것을 지원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재 도는 2차 추경예산안에 '예술인 기회소득 정책연구용역' 예산 5천만원을 포함했는데, 이를 통해 내년까지 지원대상 및 규모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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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기도의회 제363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도정 질문(일괄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2022.9.22 /경기도 제공
 

기회소득과 기본소득의 차이는
그간 경기도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였던 민선7기에 '기본소득'을 대표정책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19년 청년기본소득이 시행돼 만 24세 청년에게 분기별로 25만원씩 지급이 되기 시작했고 지난해부터는 매월 5만원씩 농민에게 지급하는 농민기본소득을 시작했다.



김 지사가 내세우는 기회소득은 기본소득과 아예 개념 자체가 다르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전통적 일자리가 점차 사라지는 4차산업시대, 소득이 있어야 사람들이 창의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는 보편적 복지 개념의 기본소득과 기회소득은 '조건'에서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도 관계자는 "기본소득은 '무(無)조건' 공평하게 소득을 지원한다는 보편적 복지 개념이지만, 기회소득은 '조건'이 매우 중요하다. 개인의 생산활동이 사회적 가치를 발현한다는 조건과 시장의 불완전성 탓에 이를 정당하게 보상받지 못한다는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문화예술인 외에도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다양한 사례에 적용해 확대할 수 있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도 관계자는 "가정주부의 가사노동, 노인·어린이 등 돌봄노동과 같이 눈에 보이는 소득이 발생하진 않지만, 사회의 안정에 큰 기여를 한다. 이들의 활동이 없다면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정당한 보상과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고 이런 현실 때문에 그런 활동을 포기하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기회소득은 이들의 활동이 사회적 가치로 발현될 때 공정하게 보상되고 있는가에 대한 조건을 따져보고, 그렇지 못하다면 이를 보상하는 공정한 사회체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지사는 도정질의에서도 "장애인들도 각종 사회활동을 통해 일정 시간 활동하고 움직여 자기 건강을 챙기고, 궁극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그 역시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기회소득의 개념을 정책 각 분야로 확장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하지만 이미 시행 중인 기본소득이 김 지사의 기회소득으로 전환되는 것이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도 관계자는 "전환이 아니라 기회소득이 새롭게 도입되는 것"이라며 "기본소득은 조례를 통해 시행 중인 사업이며 개념이 아예 다르기 때문에 별개의 정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기회소득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논의가 되는 개념이지만, 아직은 실행된 곳은 많지 않다. 이번에 경기도에서 시행되면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만한 정책실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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