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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스토리] 인천시, 수도권 최초 '치매안심병원' 운영 눈길

유진주
유진주 기자 yoopearl@kyeongin.com
입력 2022-10-13 19:13

치매 돌봄 부담서 해방된 '행복한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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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치매'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전국 901만8천명으로, 전체 인구의 17.5%를 차지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900만명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치매환자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 자료를 보면 2015년 62만5천259명이던 65세 이상 치매환자 수가 지난해에는 92만4천870명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65세 이상 노인인구 대비 치매환자 비율(유병률)은 9.54%에서 10.33%로 높아졌다. 노인 10명 중 1명꼴로 치매를 앓는 셈이다.

인천의 경우 전체 인구의 14.2%가 65세 이상 노인이고, 이 중 치매환자는 4만1천여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2008년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다양한 대책을 추진 중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치매안심병원'이다. 치매안심병원은 지난 2017년 정부가 '치매 국가 책임제'를 발표하며 내놓은 대책 중 하나로, 치매환자를 병원·시설이 아닌 '지역사회'로 복귀시키는 걸 목표로 한다.



지난해까지 치매안심병원은 경북과 대전, 충북, 광주 등 일부지역에서만 운영돼왔다. 최근 수도권 최초로 인천시가 치매안심병원 운영에 나서며 주목받고 있다. 인천시는 '치매 돌봄 특별시'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인데, 치매광역센터·치매안심센터 등과의 연계는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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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계양구에 있는 제2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 내부 사진. 인천 서구와 계양구에 있는 제1·2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은 수도권 최초로 보건복지부의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돼 지난달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 치매환자도 지역사회 복귀 가능해…'조기 진단'과 '치료' 중요


인천에 사는 A(68)씨는 치매 환자다. A씨의 증상이 처음 나타난 건 약 3년 전이었다. 일상생활에서 '깜빡' 잊어버리는 증상이 시작이었는데, A씨는 "나이가 들면 누구나 겪는 것"이라고 여긴 채 병원을 찾지 않았다. 그로부터 1~2년 뒤 A씨는 길을 잃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헤매던 그는 시민의 제보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도움을 받고 나서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후 찾은 병원에서 A씨는 '치매 중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A씨는 곧바로 약물치료 등을 받았지만 치매를 늦출 수는 없었다. 가족들이 A씨를 돌보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대소변을 혼자 처리하지 못할 정도로 악화된 증상에 24시간 돌봄이 어렵다고 판단한 가족들은 결국 A씨를 요양병원에 모실 수밖에 없었다.

A씨와 비슷한 나이의 B(67)씨도 마찬가지로 3년 전 처음 치매 증상을 겪었다. 2~3일 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자 B씨는 치매검사를 받았고 결과는 '초기 치매'로 나왔다. B씨는 지체 없이 약물 복용을 시작했다. 또 인지능력 등을 키우는 치매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B씨는 혼자서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식사와 수면은 물론이고 혼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물건을 사는 것도 가능하다. 그의 가족들도 각자 생업에 종사하며 B씨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환자를 병원·시설 아닌 '지역사회'로 복귀가 목표
'조기 진단·적절한 치료' 인지기능 5년 이상 연장


A씨와 B씨는 비슷한 시기에 처음 치매 증상을 겪었다. 3년 뒤 이들의 결과를 다르게 한 결정적인 요소는 바로 '조기 진단'과 '치료'에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치매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정상적인 기억과 인지기능을 유지하는 기간을 5년 이상 연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치매를 앓더라도 지역사회에 어울려 살아가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는 뜻이다.

■ 수도권 최초의 '치매안심병원'


인천에서는 인천 서구와 계양구에 있는 인천 제1·2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이 올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돼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수도권에 있는 의료기관이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인천 제1·2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이 치매안심병원 사업에 나선 데에는 인천시의 역할이 컸다. 인천시는 제1·2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수도권 내 치매안심병원의 역할과 필요성을 강조했고, 이들 병원이 요구에 응해줬다는 게 인천시 설명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초고령화 사회에 치매 환자가 급증하면서 수도권 지역에도 치매안심병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서울과 경기 등에서도 선뜻 나서는 곳이 없었기에 인천시가 선두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했다. →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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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로부터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받기 위해선 '치매관리법 시행규칙'에 준한 시설·장비·인력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제1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은 지난 2019년 치매전문병동(38병상)을 증축해 기준을 충족했고, 제2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은 치매안심병원 지정을 위해 46병상 규모의 치매전문병동을 최근 신축했다.

중증 장기 입원과 달라… 1~3개월 집중 호전 중점
인천시 사업 필요성에 1·2시립노인요양병원 응해
지역 기관들과 유기적 협업 등 제도 보완은 '숙제'


치매안심병원은 경증의 치매 환자를 일상생활로 돌려보내는 걸 목적으로 한다. 중증 치매 환자가 일반 요양병원에 6개월 이상 장기 입원하는 것과는 체계가 다르다.

치매안심병원은 입원기간을 1~3개월 정도 단기로 잡는다. 그 기간에 약물치료와 인지 능력 향상 프로그램 등을 집중적으로 진행해 짧은 시간 내에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에 중점을 둔다.

치매안심병원은 '치매 진단'을 받은 치매 환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사회에 복귀시키는 걸 주된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치매 초기 환자들을 주된 대상으로 한다. 치매 진단은 각 군·구 보건소에 설치된 '치매안심센터'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입원대상은 인천 시민이 1순위라는 게 인천시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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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계양구에 있는 제2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 내부 사진. 인천 서구와 계양구에 있는 제1·2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은 수도권 최초로 보건복지부의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돼 지난달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치매안심병원 지정을 위해 전문병동을 신축한 제2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 최경규 원장은 "치매를 완치할 순 없지만 증상을 개선시키는 약은 시중에 나와 있다"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일상생활기간을 5년 이상까지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치매안심병원 운영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아 현재는 중증 이상의 치매 환자분들 위주로 치료하고 있다"며 "치매안심병원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 초기 진단을 받은 환자분들께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치매안심병원이 제 역할을 다 하기 위해선 지역에 있는 치매관련 기관들과 협업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도 했다.

최경규 원장은 "치매안심병원 하나의 노력만으로는 치매 환자를 발굴하고 치료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인천시 광역치매센터와 군·구 치매안심센터, 보건소 등이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인천시는 치매와 관련된 인프라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여러 치매 기관들이 의논하며 제도를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천시 관계자는 "치매안심병원을 비롯한 여러 치매 관계기관들이 유기적으로 작용했을 때 비로소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지역사회 치매관리사업에 있는 지역사회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치매 예방관리사업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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