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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은 커녕 '인과성 없다'… "백신 죽음은 국가 책임"

변민철
변민철 기자 bmc0502@kyeongin.com
입력 2022-10-18 20:06 수정 2022-10-19 15:52
18일 인천 남동구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사무실에서 관계자가 피해 사례를 정리하고 있다. 2022.10.18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백신을 맞지 말라고 할 걸 너무 후회됩니다…."

지난 17일 인천 남동구에 있는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사무실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중증질환을 앓게 됐거나 사망한 이들의 가족을 만났다.

■ 정부 믿고 백신 접종… 소중한 가족을 잃었다


= 박현숙(61·인천 남동구)씨는 지난해 10월 사랑하는 남편을 잃었다. 박씨의 남편은 지난해 9월 화이자 백신 2차 접종 후 가슴 통증 등을 호소했다. 평소 건강했던 남편이었기에 박씨는 그때만 해도 '별문제 없겠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백신 접종 후 49일째 되는 날 심장을 붙잡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목숨을 잃었다.

남편은 영흥도에 집을 짓고 가게를 열어 노후를 보내자는 약속을 뒤로 한 채 세상을 떠났다. 남겨진 박씨는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남편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보고자 부검을 하기로 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질병관리청에 보상신청을 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인과성을 인정할 수 없다'였다.



"질병관리청, 인천시, 구청에 남편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달라고 수없이 요청했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들어주는 이가 없었어요. 아버지에게 백신을 맞으러 가자고 한 아들들은 아직도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박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화이자 2차후 49일째 남편 숨져
부검 결과 토대로 신청 '헛수고'
아버지에 권유한 아들은 '죄책감'

안상진(40·인천 중구)씨는 지난해 7월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차 접종 후 호흡곤란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한 지 16일 만이었다. 백신을 접종하기 불과 1주일 전까지만 해도 아들과 함께 반주하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던 아버지였다.

안씨의 아버지가 입원했던 병원에서도 '백신이 문제인 것 같다'는 소견서를 발급해줬다. 그러나 1년의 기다림 끝에 질병관리청은 백신과 안씨 아버지 죽음의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안씨는 "아버지는 태어난 지 100일 정도밖에 안 된 손주를 제대로 안아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셨다"며 "아버지 죽음의 원인을 밝히지 못해 불효자가 된 것 같다"고 울먹였다.

■ 한없는 기다림에도 '불인정', 유가족 속태우는 정부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달까지 전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피해보상을 신청한 건수는 약 8만8천300건이다. 이중 약 6만7천건(76%)의 심의가 완료됐는데, 약 2만1천건(31%)이 백신 접종 부작용의 인과성을 인정받았다. 이 중 대부분은 경증환자다. 사망에 대한 인과성 인정은 8건뿐이다.

경인일보가 18일 인천시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달 기준 인천 10개 군·구에 접수된 코로나19 백신 접종 피해보상 신청 건수는 약 5천건이다. 이 중 약 1천200건(25%)이 백신 접종 부작용 인과성을 인정받았는데, 중증·사망 피해자 중 인과성이 인정된 사례는 총 7건(사망 2건)에 불과하다. → 그래프 참조

인천 백신 피해보상 신청은 5천건
중증·사망 '연관성 인정' 고작 7건


정부의 더딘 보상심의도 백신 피해자와 그 유족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이상 반응에 대한 보상 신청이 접수되면 120일 이내에 '예방접종피해보상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서 보상을 결정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하지만 120일을 훌쩍 넘도록 조사 결과를 받아보지 못한 이들이 많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아버지가 중증 장애를 얻었다는 조서울(33·인천 부평구)씨는 "지난해 9월 질병관리청에 진료비와 간병비 등 보상 신청을 위해 서류를 200장 넘게 준비했다"며 "그러나 240일 넘도록 심의 결과를 받아보지 못하다 올해 5월께 인과성 입증이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 백신 접종 피해자들 국가가 책임져야


= 김두경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은 국가적 재난사태에 정부를 믿고 백신을 접종하다 피해를 본 이들에게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아들도 지난해 3월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사지 마비 증상이 와 치료를 받고 있다.

김 회장은 "아들은 건강한 20대 청년이었다. 취업을 앞두고 받은 건강검진에서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며 "백신을 맞고 병원 신세를 지고 있지만, 깜깜이로 진행된 심의에서 인과성을 불인정해 이렇다 할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백신 접종으로 피해를 본 국민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현 정부와 전 정부는 서로를 탓하고 여당과 야당, 지역 정치인도 책임을 떠넘기기 바쁘다"면서 "국민은 정부를 믿고 백신을 접종했다. 당연히 정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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