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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천시립무용단 창작무용극 '비가(悲歌)' 유승현 단원

김성호
김성호 기자 ksh96@kyeongin.com
입력 2022-11-06 18:43

"몸짓으로 감정 전달하고자 노력… 오이디푸스 새 해석 선뵐것"

유승현 단원 (1)
인천시립무용단의 정기공연 '비가(悲歌)'에서 오이디푸스역을 맡은 인천시립무용단 유승현 단원. 2022.11.6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고대 그리스 시인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는 그리스 비극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인천시립무용단은 이를 창작무용극 '비가(悲歌)'로 각색해 오는 11일과 12일 두 차례 공연에 나선다. 2018년 초연 이후 4년 만에 다시 관객을 맞는 '전막공연'이다.

작품의 '타이틀 롤'은 무용단 입단 4년 차 단원 유승현(31) 무용수가 맡았다. 유승현은 4년전 무대에서도 오이디푸스 역을 맡아 연기했다.

그는 "2차례 공연에서 연이어 타이틀 롤을 맡는다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지만, 전혀 없었던 일도 아니"라면서 "더 성숙한 모습을, 새로운 해석의 오이디푸스의 모습을 관객 여러분께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인천문화예술회관서 11~12일에 공연
2차례 동일 작품 '타이틀 롤' 맡게돼


유승현은 지난번처럼 오디션을 통해 이번 배역을 맡았다. 자신이 맡았던 타이틀 롤의 배역을 뽑는 오디션에 두 번째 도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제가 처음에 했을 때보다 더 잘할 수 있겠느냐는 부담, 두려움이 컸어요. 오디션 공지가 있고 그동안 사 두고 읽지 않았던 책(오이디푸스)을 다시 천천히 읽어보며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개척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저 또한 용기를 얻었고 오디션을 보게 됐죠."



"4년 전 올린 공연이지만 새로운 관객을 만나는 만큼 새로운 작품을 하듯 연습하고 있다"는 그는 전에는 보지 못한 오이디푸스의 모습을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새롭게 보게 됐다고 한다.

"예전에는 오이디푸스를 그저 운이 없는 사람, 불쌍한 사람 정도로만 생각했죠. 이번에 인물에 대해서 연구를 많이 하게 됐어요. 사실은 용기 있는 그런 인간이 아닌가 하는, 자신의 비극적 운명을 감내하고 거기서 머물지 않고 받아들이고 책임지며 새롭게 개척해 나가려고 하는 의지가 보이더군요."

지난 2018년 객원 단원으로 공연을 선보일 당시에는 무용의 '테크닉'에 집중했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인간 오이디푸스와 작품 자체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전과는 작품을 대하는 접근 방식이 달라진 것 같아요. 지금보다 어리고 젊었던 당시에는 오이디푸스를 정복해야 할 캐릭터, 내가 완벽하게 소화해야 될 캐릭터로 대했다면, 지금은 많은 관객이 그(오이디푸스)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고민을 더 많이 하고 있죠."

유승현은 오이디푸스에게서 '용기'를 읽어냈지만, 용기만큼 중요하면서도 극의 전반을 지배하는 중요한 또 다른 키워드가 '두려움'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오이디푸스가 스스로 제 눈을 찌르며, 그동안 자신이 눈으로 보고 믿고 살아온 것들이 전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이후의 두려움, 또 무책임한 죽음을 통해서 운명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눈을 찌르고 슬픔을 다 짊어지며 남은 생은 더 속죄하며 살겠다는 그런 결심 앞에선 두려움이 느껴졌습니다."

관객의 인물 이해와 공감하도록 고민
제 눈을 찔러 속죄하는 운명 앞 두려움
어려운 '무용' 표현 포커스 맞춰 연습


그는 이번 작품에서 자신이 생각한 '두려움'이 다양하다고 했다. "이 작품에는 자신이 감내할 운명을 맞닥뜨리기 전의 막연한 두려움도 있고요. 또 그 운명을 점차 알아가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두려움이 있어요. 또 마지막 모든 운명을 다 받아들이고 났을 때의 두려움 또한 있고요."

그는 이 다양한 두려움을 어떻게 다른 몸짓으로 표현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극장에서 직접 확인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긴 고민 끝에 답했다.

"'텍스트'를 몸짓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에서 관객 여러분들이 무용을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도 연습하는 과정에서 계속 거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거든요. 우리는 무용하는 사람이 아닌 일반 관객에게 표현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어요. 연습의 상당한 부분을 그러한 점에 맞추고 노력하고 있어요.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지 마시고 작품을 봐주셨으면 합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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