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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경기] 광릉숲 '생태 파수꾼' 산림청 국립수목원

최재훈
최재훈 기자 cjh@kyeongin.com
입력 2022-12-04 19:49

철새탐조·숲체험·가드닝… 지구 지키는 '그린 히어로'

사회적 약자 가드닝 프로그램 참여자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국립수목원의 정원활동. /국립수목원 제공

전 세계적으로 '자연 생태계를 보호하자'는 구호가 해가 바뀔수록 절실해지고 있다. 먼 미래가 아니라 당장 기후변화 위험이 우리 눈앞에 닥쳤기 때문일 것이다.

타임스 올해의 인물에 최연소로 선정된 바 있는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툰베리는 기후변화를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고 극언하며 자연 생태계 파괴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이처럼 기후변화가 더는 미룰 수 없는 전 지구적 현안으로 떠오르자 각국은 전례 없는 관심을 기울이며 생태계 보호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최근 국내서도 '탄소중립'을 앞세워 정부기관, 지자체, 기업, 민간단체 가릴 것 없이 '지구 구하기'에 뛰어들고 있다.

경기도에선 유네스코로부터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광릉숲'을 20년 넘게 지켜온 산림청 산하 국립수목원이 대표적이다.



국립수목원은 올해도 '광릉숲의 파수꾼'으로서 숲 보호와 더불어 국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생태계 보호활동을 벌였다. 생태계를 살리고 보존하는 일은 많은 사람이 함께할수록 효과가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하는 데 힘을 쏟았다.

■ 오감으로 배우는 자연공부


국립수목원은 유아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이 자연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체험행사를 제공했다.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연을 알고 자연과 친해져야 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생태계 보호에 필요한 태도인 '자연친화'는 조기교육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숲 166종 겨울 철새 전문가와 관찰
어린이 뛰노는 숲 놀이터 투어 인기


코로나19가 차츰 진정세에 접어들던 올해 1월 국립수목원은 오랜만에 비대면 철새 탐조 프로그램을 두 달여간 진행했다. 광릉숲에 서식하는 166종의 겨울 철새를 매일 15명씩 한정해 전문가와 함께 관찰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코로나19로 집 안에만 머물러야 했던 어린 학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한다.

국립수목원 숲놀이 체험1
국립수목원 숲놀이 체험에 참가한 한 어린이가 숲에서 자라는 식물이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다. /국립수목원 제공

이어서 신학기를 맞은 2월에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숲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는 산림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해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루에 끝나는 교육이 아니라 6차로 진행된 교육동안 놀이형태로 나무와 꾸준히 교감하는 수업으로 기획돼 교사들에게도 자연체험 교육방법을 배우는 기회가 됐다.

4월 봄을 맞아서는 어린이에게 숲을 놀이터 삼아 놀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풀싸움, 죽마 타기, 질경이 제기차기, 개나리 비눗방울놀이 등으로 어린이들이 종일 숲에서 뛰어놀면서 자연을 체험할 수 있게 했다.

■ 자연이 주는 선물 '치유효과' 확인


국립수목원이 올해 거둔 성과 중 눈에 띄는 건 '정원활동(Gardening)'의 치유 효과를 입증한 것을 들 수 있다. '정원 가꾸기가 건강에 좋다'는 설을 조사연구를 통해 사실로 확인한 것이다.

정원활동, 우울개선·활력증진 뚜렷
"도시 녹지공간 확대 과학적 근거"


국립수목원은 치매환자와 가족, 조현병·우울증·양극성을 겪는 장애인 221명을 5개월간 정원활동에 참여하게 해 신체적·정신적 치유 효과를 조사했다. 여기에는 다른 수목원·식물원, 의과대학, 대학정원관련 학과, NGO(비정부기구) 등 총 11개 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곤충교육
국립수목원이 마련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광릉숲 곤충을 관찰하고 있다. /국립수목원 제공

참가자를 대상으로 우울과 불안 등 정신건강을 평가한 결과, 활동 전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과 여성 모두 삶의 질이 향상됐으며 여성은 우울·불안 증상이 개선되고 남성은 활력이 증진되는 효과가 뚜렷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신건강 평가를 담당한 고려대 의과대학은 정원활동이 코로나19에 따른 우울·불안 현상인 '코로나 블루'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했다. 결과적으로 정원활동처럼 자연과 꾸준한 접촉이 정신건강을 회복하는 치유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립수목원 관계자는 "이번 연구조사가 생활권 내에서 보행 접근성이 높은 정원 등 녹지공간이 도시에 더 많이 확대돼야 하는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DMZ 일원 산림생태 복원 '시간이 없다'


국립수목원은 1999년 개원 이래 산림생태 복원에 지속해서 관심을 기울여왔다. 특히 경기북부지역 비무장지대(DMZ)와 접경지역의 산림생태계 파괴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DMZ·접경지 산림생태 파괴 우려
세계산림총회서 생태계 복원 논의


올해 5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산림총회에서 이를 전 세계에 알리고 국내외 전문가와 생태계 복원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세계 전문가들은 한반도 DMZ와 접경지에서 장기간 진행되고 있는 산림생태 파괴에 우려를 표하고 복원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독일의 베른하르트 젤리거 박사와 마틴 쿠바 박사는 DMZ 일대의 산림 훼손 실태를 조사해 발표하고 산림 복원을 위해 인근 군부대의 협력을 강조했다.

붙임1-1_곤줄박이-Bird Feeding
올해 1월 광릉숲 철새 탐조 프로그램에서 한 조류 전문가가 광릉숲에 서식하는 곤줄박이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국립수목원 제공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DMZ 일대 생태계 파괴가 군사적, 경제적 압력에 의한 것으로 분석하면서 현재와 같이 무분별한 개발과 훼손이 계속되면 멀지 않아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립수목원은 DMZ와 접경지 일대의 산림생태계 복원을 위해 정부뿐 아니라 학계, NGO, 주민들의 협력이 시급한 것으로 보고 앞으로 공감대를 형성해 협력방안을 끌어낼 방침이다.

■ 기후변화 대응 중앙아시아 식물원과 힘 모은다


국립수목원은 지난달 25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대표 식물원과 '중앙아시아 식물원 네트워크(CABGN)'에 참여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력체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중앙아시아 특산 및 멸종위기 식물을 포함한 식물자원의 보존과 지속 가능한 이용에 협력하기 위해 결성됐다.

'중앙亞 식물원 네트워크' 참여 협약
국내 생물 다양성 보전 사업 계획도


국립수목원은 그간 축적된 조사·교육·기술을 회원인 중앙아시아 4개국 식물원과 공유할 계획이다. 중앙아시아 4개국은 식물자원 보존을 위해 '그린로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현재 2단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4개국 식물원은 프로젝트 핵심으로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이 분야 방대한 자료와 기술을 보유한 국립수목원과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업무협약
국립수목원은 지난달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중앙아시아 식물원 네트워크 다자 간 업무협약에 참여했다. /국립수목원 제공

국립수목원은 생물 다양성 확보를 위해 중앙아시아 등 해외뿐 아니라 국내 식물원, 수목원, 연구기관 등이 대거 참여하는 '한국 생물 다양성 보전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최영태 국립수목원장은 "중앙아시아 식물원 네트워크 협약으로 이들 국가의 식물원과 수평적인 상호협력과 기술 교류를 통해 상호 역량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한 식물자원 보존의 발판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포천/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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