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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향기를 찾아서] 나비. 1

입력 2022-12-2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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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불러주지 않았다면

나는 날아갈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나비가 꽃을 선택한다 하지만

꽃이 나비를 선택한다는 것을 아는 이는 누구일까요



누구도 나를 불러주지 않았을 때

나를 불러준 당신

그 빛깔

그 향기

어찌 잊겠어요

당신이라는 꽃이 있어서

나는 나비가 되었고

그대의 꽃잎에 내려앉아

봄밤의 꽃을 피웠지요

-소강석

이오장-시인.jpg
이오장 시인
나비는 부활이다. 알, 애벌레, 번데기, 나비 순으로 반복하여 삶을 지속한다. 나비가 꽃을 찾는 건 꿀을 먹기 위함이지만 꽃은 나비를 불러 꿀을 주고 자기 수정을 돕게 한다. 자연으로 봐서는 주고받는 수평의 관계로 서로를 위하여 존재하지만, 사람은 신비의 생명체로 여기고 삶의 배움을 터득하는 존재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자연의 생태다. 종교적으로 본다면 소멸하지 않는 영광된 믿음의 부활이다. 죽었다 다시 살아나고 훨훨 날아 생명의 경이로움을 보여준다. 바로 살아 있는 예수의 모습이다. 최초로 지구를 차지하고 생명체가 숨 쉴 수 있도록 터를 닦은 곤충이 나비이며 사람의 생명은 소멸하지 않고 사랑과 믿음으로 영원히 산다는 것을 희생으로 보여준 것은 예수다. 소강석 시인은 예수의 사랑을 전파하여 사람이 영광의 하늘에 닿도록 인도하는 목사로서 하늘과 사람 간의 길을 찾는 매개체로 나비를 선택하여 연작시로 그려냈다. 하늘을 향한 구애의 기도문이며, 나비가 되어 꽃인 하늘을 찾아가는 영광의 날갯짓이다. 하늘이 불러주지 않았다면 짐승에 불과했을 미미한 존재를 하늘이 불러주어 날개를 달고 훨훨 날게 한 은혜를 은유와 상징으로 담백하게 그려낸 시적 기교가 최고에 이르렀다. 그 이름, 그 빛깔, 그 향기를 빈틈없이 그렸어도 속된 문구가 한마디도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기도문이다.

/이오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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