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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주민보다 당리당략이 먼저인 지자체 예산안 처리

입력 2022-12-25 18:49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두고 경기도 내 일부 시·군 의회가 내홍이다. 여소야대 구도인 지자체 의회에서는 단체장 공약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하거나 반영하지 않으면서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행정사무감사가 파행되고 예산안 심의가 늦어지면서 준예산을 편성해야 할 처지다. 갈등을 빚는 지자체는 단체장이 교체된 지역이 많은데, 의회가 집행부 견제를 넘어 다수의 힘으로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성남시의회는 청년기본소득 예산을 두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집행부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예산안 심의가 미뤄지고 있다. 시는 기본소득 근거가 되는 조례가 이번 정례회에서 폐지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는데, 조례가 유지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시의회는 정례회 마지막 날까지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해 이달 30일까지 임시회를 열기로 했으나 올해 안 예산안이 처리될지 불투명한 실정이다. 시의회 안팎에서 기본소득에 매여 살림살이를 팽개칠 수 있느냐는 목소리가 커진다.

수원시의회는 지난주 내년도 본 예산안을 통과시켰지만, 이재준 시장 공약과 민생관련사업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 주민참여예산사업은 48억3천만원 중 41억9천758만원이, 이 시장의 주요 공약인 '손바닥 정원' 조성 사업은 1억5천만원 중 33.3%인 5천만원이 삭감됐다. 야당이자 다수당인 국민의힘이 주도한 것으로, 민주당 의원들 반발로 정회되는 등 공방이 거셌다. 집행부에선 야당이 시장을 겨냥해 표적 심의를 했다는 불만이 나왔다.

여야 동수인 고양시의회는 본예산은 물론 추경 예산을 두고도 맞서면서 준예산 편성이 우려된다. 이는 여소야대 의회마다 비슷한 상황으로, 다수의 힘으로 단체장과 집행부를 굴복시키고 길들이려는 정치공세란 비판을 받는다. 예산안을 볼모로 진영의 의사를 관철하고 상대방에게 치명상을 가하려는 폭거라는 것이다.



여주시, 광주시, 연천군의회는 일찌감치 예산안 심의를 마쳤다고 한다. 웬일인가 했더니, 여야 의원들이 사이좋게 해외로 연수를 떠났다고 한다. 우리보다 앞서지 않은 동남아와 아랍권 국가들이다. 주민 복리와 지역발전은 뒷전이고, 당리당략에 휩쓸려 다닌다. 일부 시 의장은 뇌물을 주고 감투를 썼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러니 지방자치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폐지론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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