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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아파트 투명 방음벽은 '새들의 무덤'

이수진
이수진 기자 wed@kyeongin.com
입력 2023-01-01 20:30 수정 2023-01-01 20:52

방음벽에 쓰러진 조류 관련2
인천시는 지난해 10월 '야생조류 충돌 저감 및 예방에 관한 조례안'을 제정해 공공시설에 조류 충돌 방지를 위한 테이프나 스티커 등을 부착하도록 했으나, 민간 아파트 등의 시설물은 조례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원 안 사진)지난 해 12월 29일 계양구 용종동의 한 아파트 방음벽 주변 인도에 방음벽에 부딪혀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새의 사체가 떨어져 있다. 2022.12.2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새가 죽는 걸 지켜만 봐야 해 저희도 안타깝네요."

최근 인천 계양구 용종동 한 아파트에는 방음벽 주변에서 조류 사체 3구가 발견됐다. 아파트 방음벽에 부딪쳐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인근 주민들 설명이다.

이 아파트 투명 방음벽에는 독수리나 매 등의 모양을 본뜬 '맹금류 스티커'가 부착돼 있었다. 맹금류를 피하는 조류의 습성을 이용해 새들이 투명한 방음벽을 알아서 우회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하지만 맹금류 스티커가 일부분에만 붙어 있는 탓에 이를 피해 옆으로 날아가던 새들이 투명 방음벽에 부딪쳐 죽은 것으로 보인다.

조류충돌 방지 스티커 가격 비싸
관리사무소 "800만원 견적에 포기"


환경부는 새들이 높이 5㎝, 너비 10㎝의 좁은 공간을 통과해서 날아가지 않는 점을 고려해 점이나 선 모양으로 된 충돌 방지용 스티커를 붙이도록 권장하고 있다. 해당 아파트 측도 이런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를 붙이려고 했다가 가격이 너무 비싸 포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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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는 지난해 10월 '야생조류 충돌 저감 및 예방에 관한 조례안'을 제정해 공공시설에 조류 충돌 방지를 위한 테이프나 스티커 등을 부착하도록 했으나, 민간 아파트 등의 시설물은 조례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지난 해 12월 29일 계양구 용종동의 한 아파트 방음벽 모습. 2022.12.2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아파트 관리소장 김모(60)씨는 "조류 사체가 있다는 민원이 계속되고 있어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를 전체 방음벽에 붙이려고 견적을 내 봤더니 800만원이나 드는 것으로 계산됐다"며 "주민들이 모두 감당하긴 어려워 계양구청에 절반이라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관련 조례가 없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인천녹색연합 부설 생태교육센터 이랑은 지난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실태조사를 벌여 인천 지역 투명 인공 구조물에 부딪쳐 죽은 새 226마리를 확인했다. 남동구 구월아시아드 아파트 일대에선 이 기간에만 125마리의 사체가 목격됐다. 계양구 용종동, 서구 가정동, 남동구 논현동 아파트 등 3개 단지에선 49마리의 조류가 죽은 채 발견됐다. 인공 구조물에 의해 죽은 조류 중 절반 이상은 '아파트 투명 방음벽 충돌'이 원인이었다.

관련 조례 없어 지자체도 지원불가

인천시는 지난해 10월 '야생조류 충돌 저감 및 예방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공공시설에 조류 충돌 방지를 위한 테이프나 스티커 등을 부착하도록 했다. 하지만 정작 조류가 가장 많이 부딪쳐 죽는 민간 아파트 등의 시설물은 조례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생태교육센터 이랑 장다미 활동가는 "민간 아파트 투명 방음벽에 조류 충돌을 막을 수 있는 시설물(스티커 등)을 지원하는 조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 환경기후정책과 관계자는 "실태조사 등을 통해 조류 충돌 사고가 많은 지역은 민간 시설이라도 인천시나 군·구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수진기자 we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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