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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홈' 고시원 찾아서… '독립생활' 앱으로 모인다

강기정
강기정 기자 kanggj@kyeongin.com
입력 2023-01-02 21:15

경기 우수 스타트업 '고수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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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생활' 앱 운영 업체 고수플러스 임직원들이 지난 12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받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수플러스 제공

이른바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의 한 축인 고시원은 주거 빈곤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 등은 이런 고시원의 부정적 이미지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비좁음, 안전에 대한 불안감, 내 공간을 온전히 누릴 수 없는 데서 오는 불편함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청년들에게 고시원은 고단한 몸을 누일 소중한 공간이다.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실제로 수원 아주대학교 앞 고시원의 한 달 이용 가격은 28만원 수준이지만, 일반 주택 월세는 2배 정도다. 수백만원의 보증금도 마련해야 한다.

발품 팔지 않아도 내부·가격 정보 확인
박영은 대표 '뼈저린 경험' 플랫폼 완성


하남에 소재한 스타트업 고수플러스는 고시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 좁은 공간에서 오는 불편함은 한 번에 없애지 못하더라도, 불안감은 줄여야 했다. 그래서 만든 게 스마트폰 앱 '독립생활'이다.
 

다수의 숙박 예약 플랫폼, 부동산 거래 플랫폼처럼 '독립생활'은 발품을 팔지 않아도 앱을 통해 고시원의 내부 공간을 구석구석 쉽게 보고 가격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독립생활'을 통해 수원 아주대학교 앞의 한 고시원을 살펴보니 방 조건에 따라 월 24만원부터 35만원까지 다양했다. XR기술을 통해 마치 직접 고시원을 방문한 것처럼 내부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35만원인 방을 보니, 외창이 있어 가격이 저렴한 방보다 조건이 좋았다. 방 안쪽을 확인해보니 옷걸이와 침대, 책상, 작은 냉장고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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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정보 플랫폼 '독립생활'을 통해 살펴본 수원의 한 고시원 복도 모습. 발품을 팔지 않아도 방 내부 모습과 가격 정보를 한번에 알 수 있다. /'독립생활' 앱 캡처

고수플러스가 이 같은 앱을 출시한 데는 직접 고시원을 구하면서 겪었던 어려움 등에서 비롯됐다. 고수플러스는 안경사로 일했던 박영은 대표와 2008년부터 네이버 카페 '아이러브고시원'을 운영해왔던 김두수 COO가 함께 이끌고 있다.



고수플러스에 따르면 안경사 시절 박영은 대표는 서울지역에서 안경점을 열면서 직원들에게 주거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지만, 서울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쾌적한 공간을 구하기엔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다. 고시원이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수없이 많은 고시원을 다니며 일일이 발품을 팔아야 했다. 고시원의 공간·가격 정보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플랫폼을 구상한 이유다.
 

고시원 이용자들은 '독립생활'을 통해 비용을 바로 결제할 수 있다. 고시원 업주 역시 비용 관리가 용이해졌고, 입실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방을 일일이 보여주는 수고로움을 덜게 됐다. 이 때문에 앱을 선보인지 6개월 만에 이용자는 물론 가맹 고시원 수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결제까지 업주 관리 용이·가맹수 급증도
장관상에 투자 유치… 리모델링도 검토


대외적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엔 고시원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경기문화창조허브가 선정하는 '2022 초기 창업기업 성장 지원 프로그램'에서 우수 스타트업으로 선정되는 한편, 곳곳에서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숙박 예약 플랫폼이 모텔의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나아가 프랜차이즈 중소형 호텔을 만든 것처럼, 고수플러스도 고시원에 대한 이미지 전환을 모색하기 위해 기존 고시원을 보다 쾌적한 곳으로 리모델링하는 방안 등도 고민하고 있다.

고수플러스 측은 "기존 고시원을 보다 쾌적하고 예쁜 곳으로 만들어, 고시원이라는 공간이 주는 이미지를 바꿔보려는 게 저희 생각"이라며 "궁극적으로는 기존 고시원의 인식을 깨는 게 저희 목표다. 새해엔 이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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