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우 미래학회 회장·인하대학교 교수 |
사립대학교의 싼 등록금에 더해서 정부에서 보조해 주는 각종 연구비, 각종 국책사업비는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위권 대학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대학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 입학생은 날로 줄어들고, 학생들은 인서울, 수도권 대학에 몰리기 때문에 지방 사립대학교, 심지어 지방 국립대학교도 정원을 한참 못 채운다. 우리나라는 대학교육에서 사립학교 비중이 약 80%에 달하며 대학 진학률 역시 80%에 달한다. 고등학교 학생의 한 과목 학원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록금을 받고 대학교육을 해야 하니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 대학들은 운영비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 새로운 시설에 투자할 수 없고, 심지어 개보수 비용도 없어서 건물을 고치지 못한다. 임금을 줄이기 위해서 비정규직 교직원을 늘릴 수밖에 없다. 그동안 고등교육 정책은 원하는 학생은 모두 대학에 진학하고, 반값 등록금으로 대학을 다닐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14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대학은 어떻게 변했나? 우리나라 대학은 최상위 몇 개 대학에 역량이 집중되고, 중하위 대학이 고사하는 체제로 진입하고 있다. 최상위 대학은 가만있어도 우수 학생이 입학하고 정부 재정지원을 독식하는 순환 체제를 구축하였다. 그런데 채용되는 교수의 수준은 최상위 대학이나 중하위 대학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전국에서 배출되는 교수 인력의 수준은 상향 평준화되었지만 중하위 대학 교원은 역량을 발휘할 물질적, 재정적 지원을 받기 어렵다.
인건비·연구비용 전폭 지원해야
'식물대학'은 '하등 국가' 지름길
학령인구의 감소 때문에 대학의 수가 줄어들어야 하는 것은 맞다. 정부는 여러 대학이 서로 통합하거나 연합대학을 형성하여 경쟁력을 갖추도록 도와야 하며, 사립대학의 교직원 인건비, 연구개발 비용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정부 연구비의 수주액이 일정 수준 넘는 대학을 제외하고 나머지 대학의 대학원생 등록금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여력이 없다면 먼저 기초과학, 기초인문학의 대학원생을 먼저 지원하고 단계적으로 지원을 확대하면 된다. 교육과 연구에 아무런 투자도 할 수 없는 식물 대학을 만드는 것은 우리 스스로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려 하등 국가로 전락하는 지름길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의 강국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 싸구려 교육을 혁파하고, 정부가 사립대에 과감한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
/이재우 미래학회 회장·인하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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