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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향기를 찾아서] 물방울

입력 2023-01-09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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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는 전율

세포가 분열되는 대립과 융화

내가 던진 말도 저러할까

그러나 파편



쓸쓸한 것들은 발아래 떨어져 추락한다 //

당신을 향한 믿음 //

떨어져야 비로소

내재되어 있는 꿈과 교감한다

오늘도 떨어지는 물방울을 줍는다

-전민정


이오장-시인.jpg
이오장 시인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떨어져 있어야 꿈이 살아나고 믿음이 생긴다는 시인의 고백은 쓸쓸하다. 물방울은 물과 한 몸이다. 함께 있을 때는 체온을 함께 하며 하나를 이루지만 떨어진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흐름의 과정에서 떨어지든가, 아니면 수증기로 솟아올라 다시 비가 되어 내리고 다시 흘러 절벽을 만나 폭포가 될 때 비로소 원형의 물을 그리워한다. 전민정 시인은 이 점에서 사랑의 원초적 감성을 그린다. 만남과 이별의 연속은 사랑을 가깝게 했다가 멀리했다가 헷갈리지만 사랑은 원래부터 물이다. 함께 숨 쉬고 함께 걷고 함께 즐긴다. 떨어져 있다고 잊히지 않으며 함께 있다고 더 가까워지지 않는다. 어디에 있으나 감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는 게 진정한 사랑이다. 그런 사랑을 물방울에 비유한 시인은 사랑의 시인이다. 가끔은 떨어져 있어 그리움을 키우고 세포의 분열 같은 지극한 마음의 아픔을 견뎌야 더욱 간절한, 그런 사랑만이 나를 완전히 던져 믿음을 얻는다. 떨어져야 비로소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고 내재 되어 있는 꿈과의 교감을 이뤄 굳건한 사랑의 믿음을 얻는다는 시인은 과감하게 사랑의 실험으로 자신을 내놓는다. 그것이 진실한 사랑을 얻는다는 믿음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별의 슬픔을 간직한 사람들에게 지금 떨어져 있다고 슬퍼하지 말고 사랑은 원래 그런 것이니 참고 견디며 하나가 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메시지다.

/이오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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